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풀려났다. 2017년 3월 31일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이다.
지난 24일 사면 발표 이후 "국민 여러분께 빠른 시일 내 직접 인사를 드리겠다"는 간단한 메시지만을 전했던 박 전 대통령이 조만간 또 다른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와 뉴스1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0시(30일 밤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석방됐다.
법무부는 특별한 절차 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증을 배부한 뒤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삼성서울병원에 배치했던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법무부 계호인력이 떠난 자리에는 경호인력이 배치된다. 박 전 대통령은 재직 중 탄핵당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됐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제공된다.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박 전 대통령은 허리디스크와 어깨 등 지병이 악화돼 지난 11월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은 한 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돼 6주 이상의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 계기도 건강상의 이유였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하게 된 여러 요소 중 건강 문제가 있었다"며 "소견서 정도가 아니라 진단서가 있었고 3개 과에 관련된 건강 문제"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석방 후에도 적어도 내년 2월 초까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병원 외에 머물 거처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는 검찰이 지난 2월 압류해 공매에 넘겼다.
내곡동 사저는 배우 고현정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약 39억원에 낙찰받았다. 현재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거처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 이후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 누구를 만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사면 발표 직후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라며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30일 대구 방문길에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바란다"며 "건강이 회복되면 찾아뵙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석방되는 이날은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전날(30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시점 전후로 대통령님(박 전 대통령) 입장발표, 메시지 전달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등의 사건으로 2017년 3월31일 구속돼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확정됐다. 앞서 2018년엔 새누리당의 공천 개입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선고대로라면 총 22년을 복역해야 했지만, 이번 사면으로 박 전 대통령은 남은 17년3개월형을 면제받는다. 추징금 35억원은 납부가 완료됐으나, 남은 벌금 150억여원은 면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