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패션 플랫폼 거래액, 객관적으로 집계되고 있나? [일상톡톡 플러스]

과당 경쟁 중 거래액 발표 기준 제각각 / 전문가들 “업계 표준의 거래액 기준 마련 검토해야”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네이버, 쿠팡, 신세계(이베이코리아)가 각각 검색 기술 및 제휴, 배송과 물류 그리고 온·오프라인과의 연계를 강점으로 이른바 '3강'을 형성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7조5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올해는 온라인쇼핑 시장이 연간 200조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오픈마켓 중심의 3강 구도에 균열 가능성도 보이는데 마켓컬리, 무신사 등 '카테고리 킬러'로 불리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약진하며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패션 영역의 경우 그 성장세가 가장 도드라지는데 무신사를 필두로 지그재그, W컨셉, 29CM 등 다양한 패션 플랫폼들이 뒤따르고 있다. 더 세분화된 명품이나 리셀 플랫폼들도 가세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패션 플랫폼들이 투자자, 고객 등에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수치 지표는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되는 매출과 손익 외에, 대표적인 것이 총판매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 즉 거래액 볼륨이다.

 

새해를 맞아 각 업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거래액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칫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숫자 자체에 현혹되지 않을지 되짚어 봤다.

 

◆과당 경쟁 중 거래액 발표기준 천차만별…연간, 누적 등 제각각

 

과당 경쟁은 때에 따라 무리한 홍보를 수반하기도 한다. 일부 패션 플랫폼들은 자사의 규모감을 강조하고자 다년간의 누적 판매금액을 연간 거래액처럼 부풀려서 노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일부 업체들이 지난해 말에 다년간의 전체 누적 금액을 발표하거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거래액을 부풀린 후 전년 대비 00% 성장, 역대 최대 등의 표현을 써 발표했다.

 

거래액은 감사보고서상의 의무 기재사항이 아니다. 이에 각 회사는 사업상 목적에 따라 두루뭉술하게 집계해 발표하고 있는데, 그 기준마저 제각각이라 각 플랫폼 간의 정확한 비교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집계 기준, 시점이 제각각이라 이들이 내놓은 헤드라인만 보고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이들 플랫폼들의 거래액을 동일한 기준 또는 적어도 1년 단위로 놓고 보면, 2020년까지 조 단위를 넘어선 회사는 무신사가 유일하다. 무신사와 다른 플랫폼들간의 격차는 아직 꽤 커보인다.

 

올해 패션 플랫폼 최초로 연간 2조원대 거래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무신사 그룹과 나머지 패션 플랫폼 전체의 거래액 합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무신사가 압도적으로 여타 기업들을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표준 거래액 기준 마련 검토해볼 필요 있어

 

앞서 제시한 기업들의 거래액은 각 회사가 발표하는 수치에 기반을 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나 투자자 입장에서 매출과 손익 이외에 거래액이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는 주요 수치 지표란 점에서 업계 표준의 거래액 집계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는 하나의 상품이 판매되는 경우 '결제완료 → 결제취소 → 입금완료 → 출고요청 → 출고완료 → 배송시작 → 배송완료 → 구매확정' 등의 고객 행위별로 단계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의 수치를 거래액 기준으로 삼아야할까.

 

각 기업들이 거래액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결제 완료’ 단계에서의 거래액 수치는 허수가 꽤 존재한다. 통상 10% 안팎의 결제취소 금액까지 반영돼 부풀려질 수 있기 때문. 특히 명품 카테고리의 경우는 이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확정’ 단계를 그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실제 거래가 발생한 달의 수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의 명확한 구매의사가 확인돼 입금이 완료된 이후 실제 배송이 시작된 단계를 거래액 기준으로 삼는 게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를 각 개별 기업에 강제 적용하기엔 무리가 아니냐는 시각도 더러 있다. 플랫폼별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래액이 감사보고서 의무 기재사항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거래액이 감사보고서상 의무 기재사항은 아니지만, 패션 플랫폼들의 부풀리기식 홍보가 만연한 상황을 놓고 본다면, 기업의 투명성 그리고 투자자나 고객의 알권리 차원에서 합리적인 거래액 집계 방식을 업계 표준으로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