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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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0주년 기념 수요시위도 소녀상 앞에서 못 연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시위가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 수요시위도 기존에 열리던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대신 옆으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열린다.

 

5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따르면 정의연은 이날 낮 12시부터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수요시위 30주년 기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5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한다.

 

이번 수요시위에서는 피해생존자 영상과 국내외 시민들의 연대 발언, 영상, 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외교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수요시위는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 명이 그해 1월 8일 정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 이후 수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5월 정의연 관련 후원금 횡령·회계 의혹이 불거진 뒤 보수성향 단체 자유연대가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접수처에 ‘불침번’을 서며 자정이 되면 곧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하는 식으로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해왔다. 이에 정의연은 소녀상 앞이 아닌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수요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집회 제한이 풀린 뒤로는 자유연대와 친일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고성을 지르며 하루 넘게 대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연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생존자들과 활동단체를 비롯한 시위 주최자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등 수요시위 현장에서의 인권침해와 반헌법적 상태, 이에 대한 경찰 부작위를 인권위가 긴급구제조치를 통해 시급하게 해결해달라는 입장이다.

 

네트워크는 “역사부정세력들이 몰려와 ‘위안부’가 거짓말이라며 사실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활동가들에 대한 음해와 악의적 주장 등으로 운동을 공격하고 있다”며 “2020년 5월부터 최근까지 극우단체들은 ‘수요시위를 영원히 없애버리겠다’며 동일 장소에 집회 신고를 내고 계속해서 폭력을 유발하는 등 평화와 인권의 장이었던 수요시위를 혐오로 얼룩지게 하고 있다”고 진정 이유를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