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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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李 잇단 ‘내부 총질’에 폭발… 커지는 ‘대표 리스크’ [대선 레이스]

국민의힘 의총 이준석 사퇴결의안 추진… 내홍 격화

李 취임 후 누적된 ‘분열정치’에 반감
“사이코패스” 성토… 대다수 사퇴 찬성
당 안팎서 공멸 위기감 끓어올라
하태경 “사퇴결의 땐 세대내전” 우려

尹 “보고받은 바 없다” 사실상 방조
물밑선 재보선 공천 주도권싸움 양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준석의 몽니, 의원들의 분노, 윤석열의 방관.’ 국민의힘은 ‘윤석열·김종인’ 결별에 이어 6일 이준석 대표 사퇴 결의안 논의 과정에서도 당내 내홍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이 대표와 윤 후보·원내 의원들 사이의 파워 게임 성격도 함께 담긴 이 대표와 윤 후보·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사퇴 결의안’ 추진으로 분출되면서 당 안팎에선 공멸 위기감이 끓어올랐다. 이 대표가 대표직 유지를 고수하면서 ‘김종인·윤석열’에 이어 ‘윤석열·이준석’의 갈등이 극한에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 50분 국회에서 의총을 개최, 윤 후보가 전날 발표한 선대위 쇄신안에 대한 설명을 청취한 뒤 이 대표 사퇴 결의안 토론을 이어갔다. 추경호 의원이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충돌로 벌어진 당의 내분과 후보와 원내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내부 총질’을 이어간 데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추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사퇴 결의안을 제안했으며 일부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하태경 등 일부 의원들이 역풍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펼쳤지만 비공개 의총에서는 사퇴 결의안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사이코패스”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의총에 앞서 기자들에게 “사퇴를 결의하면 세대 결합이 아니라 세대 내전으로 간다. 우리끼리 싸우다 자멸할 것”이라며 “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적군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퇴 결의안은 이 대표 취임 후 누적된 ‘이준석표 분열 정치’에 대한 반감이 ‘윤석열·이준석’ 갈등에서 폭발하면서 추진됐다. 대여 투쟁에 앞장서기보다는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과 정진석 국회부의장,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에 대한 내부총질,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전격 사퇴, 윤 후보 입당 과정부터 이어온 불협화음과 언론을 통한 윤 후보 비판은 당의 화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 후보는 이날 의원들의 이 대표 사퇴 결의안 추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 대표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많을 것이고 일부 옹호하는 발언도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 쇄신안을 발표하면서도 이 대표를 향한 갈등 확전을 자제했지만 이날 이 대표의 반대에도 이철규 의원 전략기획부총장 인선을 밀어붙이면서 또 한 번 충돌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운데)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환호하는 의원들을 향해 두 주먹을 쥔 채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윤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이 의원은 이 대표 사퇴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윤 후보가 겉으로는 이 대표 사퇴 결의에 침묵했지만 물밑에서는 이 의원 인선을 밀어붙이면서 이 대표 사퇴 결의를 묵인 또는 방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가까이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5곳의 재·보궐 공천과 6·1 지방선거 공천을 주도할 사무총장단 인사에서 밀릴 수 없다는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사퇴 결의안 채택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 이 대표는 사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헌상으로도 당 대표를 탄핵할 절차가 없어 사퇴 결의안은 정치적인 효과만 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창훈·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