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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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사고 건물 증여… 오스템 역대급 횡령액 회수 가능할까? [법잇슈]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빼돌린 1980억원
찾더라도 무조건 회수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다른 사람에게 분산됐다면 환수 까다로워
경영진 과실 인정되면 주주 피해 보상받을 수도
'회삿돈 1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인 19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붙잡히면서 빼돌린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횡령액 중 1500억원가량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횡령 규모가 큰 데다 이미 상당액을 써 모두 회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역대급 횡령액 어디로 갔나

 

지금까지 알려진 이씨의 횡령 자금 사용처는 크게 세 가지다. 주식과 금괴, 주택. 이씨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 동진쎄미켐 주식 1430억원어치를 대량 매수했다. 11∼12월 수차례에 걸쳐 이를 1112억원가량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 매매로 300억원 넘는 손실을 본 것이다. 이씨가 회사에 되돌려놓은 100억원을 제외하고도 경찰과 오스템임플란트 측이 1880억원이 아닌 1500억여원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하는 까닭이다. 경찰은 이씨의 주식 계좌에 남아있는 252억원을 확인하고 계좌를 동결했다.

 

또 이씨는 지난 12월 파주의 한 금거래소에서 1kg짜리 금괴 851개(681억원 상당)를 샀다. 경찰은 이 중 497개(350억원 상당)를 이씨의 체포 과정에서 확보했다. 같은 달 이씨는 가족과 지인에게 증여한 파주의 건물 3채의 근저당을 모두 말소했다. 건물 3채에는 총 11억여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현금 압수액(4억3000만원)을 빼더라도 남은 금괴를 포함한 나머지 수백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 자금을 여러 계좌로 나눠 송금한 정황 등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뉴시스

◆찾아도 회수는 어려워

 

발견한 자금도 범죄 혐의를 밝히는 동안 이씨나 다른 사람이 다시 은닉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경찰은 이씨가 매입한 부동산 등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다. 추징 보전은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익을 피고인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동결하는 절차다.

 

횡령 자금의 사용처를 찾더라도 모든 자금을 도로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괴의 경우 횡령 자금으로 산 정황이 확인되면 매각해 회수하면 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씨가 증여한 건물은 몰수가 어렵다고 본다. 건물을 취득한 시기가 2015∼16년으로 추정되는데, 횡령 시점보다 앞서 있어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주택 대출금을 횡령 자금으로 갚았더라도, 이를 회수하기는 어렵다. 다만 증여한 부동산을 ‘사해 행위 취소’ 소송으로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해 행위는 채무자가 고의로 자신의 재산을 줄여서 채권자가 피해를 볼 때 해당한다. 증여받은 사람은 소송에서 이씨가 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증여한 것을 몰랐고, 이씨의 횡령 자금이 없었어도 대출금을 갚을 재산이 있었다는 사실 등을 입증해야 한다.

 

사해 행위로 인정받으면 이씨가 증여한 주택은 이씨에게로 되돌아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피해를 일부 회복할 수 있다. 정 변호사는 “대출금보다 부동산 가치가 더 클 것”이라며 “이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이씨가 횡령한 자금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경우에는 셈법이 복잡해진다.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면 당사자가 범죄 정황을 알았는지에 따라 몰수 가능 여부가 갈린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는 “가족 간에는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면서도 “가족을 거쳐 제삼자에게 가는 등 수차례 자금이 이전됐다면 범죄 사정을 알았는지 입증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주주 소송, 경영진 과실 입증해야

 

횡령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다면 피해를 보는 건 오스템임플란트뿐만이 아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 사건 발생 이후 주식 매매가 정지됐다. 증권사들은 속속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 회계 논란과 관련해 회계 감리에 나설지 검토 중이다. 오는 3월까지 제출하는 감사 보고서상 감사의견이 ‘거절’ 등 부적정으로 나오면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향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는 1만9856명이다. 이들은 전체 발행 주식의 절반이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엄태관 대표는 주주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회사의 현금 유동성이 크다며 경영활동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에 나섰다. 소송을 추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이번 사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오스템임플란트의 허술한 내부 통제와 불투명한 회계관리 시스템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가 상장 폐지에 이르지 않더라도 2만명의 소액주주는 거래정지와 주가하락에 따른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누리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손해배상 청구와 주주대표소송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뉴시스

회사의 내부 시스템이 방만하게 운영된 점 등 횡령 사건에서 경영진의 과실이 크다면 피해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을 담당하는 김주연 변호사는 “횡령이 9월부터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공시된 재무 정보가 부실 기재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씨가 횡령하고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는 등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보고서가 작성됐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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