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국보 원각사지 석탑, 10층 아닌 13층이다”

남동신 서울대 교수, 오류 주장
“日 학자 연구 무비판 수용 결과”

“서양의 이방인들이 한성의 유일한 볼거리로 여겼다”는, 서울 탑골공원에 있는 국보 ‘원각사지 십층석탑’(사진)은 10층이 아닌 13층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비판 없이 통용된 10층설은 한 세기 전 일본인 학자가 연구를 잘못 수행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불교사를 연구하는 남동신 서울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11일 공개한 학술지 ‘미술자료’ 제100호에서 “현재 국가가 공인하고 있는 원각사지 석탑 10층설에는 역사적으로 오류가 있어 13층설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 세조가 1467년 세운 원각사지 석탑은 높이가 12이다. 문화재청은 이 탑에 대해 “탑신부는 10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적인 형태나 세부 구조 등이 고려시대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남 교수는 “언젠가 원각사탑 상층부 3개 층이 내려졌다”며 그 이유로 연산군이 지시했다는 설,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일본으로 반출하려 했다는 설 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남 교수는 그 근거로 서양인들이 남긴 여러 기록에 원각사지 석탑이 ‘13층’으로 기술됐다는 점을 들었다. 서양인들은 당시 조선인이 전한 말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조선시대까지 13층으로 인식된 원각사지 석탑이 10층으로 바뀐 배경으로 일본 도쿄제국대학 교수를 지낸 세키노 다다시(關野貞)의 연구가 있었다고 지목했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해 세키노가 원각사지 석탑을 형태가 유사한 경천사지 석탑과 같은 시대, 동일한 집단에 의해 제작된 탑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