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이모(54)씨가 숨진 채로 발견되자 야권은 “또 죽어 나갔다”며 이 후보의 후보직 사퇴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음을 강요당해야 하느냐. 희대의 연쇄 사망 사건에 대해 이 후보는 ‘간접 살인’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이씨는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론을 맡았던 이모 변호사가 현금 3억원과 S사 주식 20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 관련 녹취록을 친문(친문재인) 성향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에 제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40분쯤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이씨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이씨 누나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모텔 측에 객실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3개월가량 모텔에서 머물렀으며 시신에서는 외상 등 사인을 가늠할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도 나오지 않았다.
야권은 이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일제히 촉구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이날 경기 일산시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명복을 빈다.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해서 억울한 죽음이 안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선대위 장혜영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검찰이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것이 지난해 10월이다.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이 관련 중요 제보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만 들려왔다”며 “엄중한 진실규명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선대위 안혜진 대변인도 “이 후보와 연루된 사건 관계자는 죽음으로 떠밀려 가는데, 정작 이 후보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가증한 미소만 띠고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검찰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1처장도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와 소통한 지인들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진태 전 의원은 “몇 번 통화했었는데 자살할 이유가 없다. 변호사비 대납 관련 녹취록에 다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생은 망했지만 딸·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 자살할 생각이 없다”, “오늘 오전 이 후보 반대운동 전면에 나선 분들 서로 생사확인한다고 분주”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씨의 사망으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최초 보도 후 3시간 만에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 (이씨는)‘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씨의 죽음에 대해 “어쨌든 망인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 선대위에서 입장을 참고하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