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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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현대산업개발과 기업문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해 “광주에서 떠나라” “참 나쁜 기업”이라는 비난 목소리가 비등하다. 광주시는 시가 추진하는 각종 공공사업에서 현대산업개발을 아예 ‘퇴출’시키는 방안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국에 산재한 65개 현대산업개발 공사 현장에 불신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특정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이 정도의 성토가 이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9위의 국내 굴지 건설사다. 1970년대 중반 설립된 한국도시개발과 한라건설이 모태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그룹 계열사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계기로 1군 건설사로 도약했다. 그러다가 1999년 정 회장의 셋째 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과 그의 장남인 정몽규 현 HDC 회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현대가(家)에서 분가했다. 일반인들에 친숙한 ‘아이파크’라는 유명 브랜드도 갖고 있다. 이런 대기업이 광주에서만 7개월 사이에 두 번의 대형 참사를 빚었으니 다들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국토부가 발표한 정부의 안전평가에서 ‘매우 미흡’이란 등급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에 걸맞지 않은 허술한 안전시스템이 문제였다. 학동 재개발 철거 참사에 이어 이번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도 그 연장선상이라고들 한다. 한 번은 사고라고 할 수 있지만 거듭되면 사고가 아니다. 이쯤 되면 이 회사의 기업문화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현대가 기업문화는 종종 ‘돌격앞으로’를 외치는 군대에 비유됐다. 속전속결이 워낙 강조되다보니 웬만한 장애와 걸림돌은 무시했다. 이번에도 무리한 공기단축을 위해 효율과 이익만 추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 관련업계는 경영진을 포함한 내부 기강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잘못된 기업문화는 경영자가 중시하는 전략쯤은 한 끼 식사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가장 혁신적인 리더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가 했던 말이다. 잘못된 기업문화가 일류를 삼류로 만드는 것은 순간이다. 현대산업개발이 그것을 보여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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