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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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군대도 안 가놓고 멸공·북진통일 운운”

“전쟁, 병력수로 하는 시대 아냐…드론부대 구상”
“내 아들들도 둘다 공군을 23개월 풀로 꽉 채워서 헌병으로 험하게 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강원도 춘천시 명동거리를 방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5일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 청년들과 만나 “어떤 형태로든지간에 특별한 희생에 대해선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강원도 인제군의 한 카페에서 ‘충성, 인제 왔습니다’ 명심 토크콘서트에서 “남자로 태어난 게 죄인도 아닌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강원도 화천 7사단과 2포병여단에서 각각 군복무 후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남성 대학생들과 21보병사단에서 복무했던 예비역 여군 중위가 참석했다.

 

이 후보는 “내 아들들도 둘다 공군을 23개월 풀로 꽉 채워서 헌병으로 험하게 보냈다”며 “국가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르는 것이지 않나. 그러면 좀 공정하게 대우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가 ‘이 후보를 위한 진짜사나이 같은 프로가 있으면 나가겠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나는 안 가겠다. 이제 나이도 있고 좀 오버같다”고 답했다. 그는 소년공 시절 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아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예비역 참석자들의 군 복무 시절 고생담을 듣던 이 후보는 “사실 나도 군대를 갔다 왔다”며 “사람들이 우습게 아는데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전방입소 훈련을 양구로 가서 일주일 있었다. 나도 군대 갔다온 사람이다. 안 가도 되는데 일부러 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군사정권 시절인 1980년대 대학생들에게 최전방 부대에서 1주일 간 군사훈련을 받게 한 ‘전방입소 훈련’를 의미하는 것이다.

 

군부대에 위문을 가보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는 “선거운동 겸해서 부대에 가보고 싶은데 요새는 민폐라서 못 간다”며 “부대원들이 안그래도 갇혀서 꼼짝 못하는데 너무 힘들 것 같다. 한겨울 잘 견뎌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또 “원래 군대를 안 다녀온 인간들이 뭐 멸공, 북진통일 이런 것을 주장하지 않느냐, 선제공격 얘기를 하지 않느냐”며 “내가 좀 그런 느낌이긴 하다”고 웃어보였다.

 

사회를 맡은 강병원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권력자들, 권력자 자제들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각종 핑계로 군 면제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부동시, 담마진 등의 면제 사유를 열거했다. 각각 부동시와 만성 담마진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윤석열, 황교안 등 야권 인사를 에둘러 꼬집은 셈이다.

 

이어 “이 후보는 산재 장애로 군대를 갈수 없었다”며 “이를 국민들이 꼭 알아서 담마진이니 부동시로 면제받은 사람과는 구별을 확실히 해주기 바란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는 군복무와 취업을 연계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예컨대 드론 부대를 대량으로 창설해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고, 드론 등 첨단 기술을 익히면서 부대를 잘 유지하다가 퇴역하면 또 관련 회사에 취업하게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전쟁을 병력수로 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다 장비, 무기로 하는 건데 그 부분을 좀 보강해서 전문전투병으로 꼭 필요한 경우만 양성하고 나머지는 기술·장비병으로 키워서 월급을 제대로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 후보는 군복무 시절 추운 고생담을 공유하던 참석자들이 ‘심정적으로 추웠던 인생의 시련이 있느냐’고 묻자, “최근에도 추위를 느꼈다. 모가지가 날아갈 뻔 했다”면서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시절을 술회했다.

 

그는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뉴스에 법원, 선고, 재판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가슴이 뚝뚝 떨어진다”며 “옆에 전부 사형수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목이 날아가는 걸 옆에서 보고있는 느낌이었다. 나도 섬뜩하지 않겠나. 그래서 ‘단두대가 고장나서 살았다’고 표현했다. 그때는 진짜 추웠다”고 회고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