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들며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성폭력상담소는 18일 성명을 내 “김건희씨는 안 전 지사를 옹호하고, 사건의 사실관계를 왜곡했으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미투 운동을 폄훼했다”라며 “전날 피해자는 김건희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2차 가해 발언 당사자 김건희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날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김건희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사과를 거듭 촉구하면서 “가해자들은 사라지고, 가해자들이 느닷없이 소환한 피해자만이 또다시 피해를 겪고 있는 현실을 목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녹취록 공개 이후 문제점 몇 가지를 언급했지만, 자당 출신 가해자에 의한 성폭력, 지지자들에 의한 2차 가해를 방치해온 역사 속에 책임지는 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성폭력상담소는 MBC에 대해 “7시간 넘는 통화 중 이 부분을 선택 보도했다”며 “방송만으로도 2차 가해 재현일 수 있다는 내부 점검은 없었나”라고 꼬집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를 두고는 “해당 부분 녹음 원본을 유튜브에 게재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며 “댓글난은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배우자에 대한 여성혐오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성폭력상담소는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배우자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성폭력 2차 피해 방지를 약속하고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2차 가해를 당장 멈추며 △MBC는 선택적인 녹취록 공개로 인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사태에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씨의 통화 녹취록에서 김씨는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