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주한 중국 대사가 한국과 중국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에 대해 “양국간 정치적 신뢰 부족이 (사드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평가했다.
21일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온라인으로 개최된 한중수교 30주년 및 베이징동계올림픽 축하 학술대회에서 사드 사태 당시 주한 중국 대사였던 추궈훙 전 대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양국 고위 정치인들이 교류가 많아지는 등 한·중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한 뒤 양국 고위층 간의 정치적 신뢰 구축을 한중관계 발전의 과제로 지목했다. 중국이 사드 갈등에 대해 양국간 책임을 거론한 것은 그동안 한국 측의 책임만 부각시키던 것과 비교해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추 전 대사는 또 “중국과 미국의 전략경쟁이 장기화하고 복잡해지면서 미국 요인이 중한관계의 방해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한국에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지 않으나 미국은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전 대사는 또 “한국 차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국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정치인들의 발언이 양국관계를 해치는 일이 없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대사는 2014∼2019년 주한 중국대사를 지내며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과 그 이후 양국 관계의 갈등 양상을 지켜봤고, 관련한 한중 소통에 깊이 관여했다.
또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 시스템은 이미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의 계획에 의하면 2023년까지 미국의 인도태평양 미사일 방어 체계와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연동시킬 것”이라며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한국의 차기 정부 기간에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희망하는 사드 관련 3불(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한미일 군사동맹화 부정)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과 극초음속 미사일 역량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점을 거론하며 중국이 지역 불안정의 근원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복안과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북핵 문제는 더 이상 북미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동북아에서의 고강도 군비경쟁은 불가피하고, 최종적으로는 핵확산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학술대회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와 함께 태재아카데미, 중국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한중 관계는 단순히 양국관계로만 바라보아서는 안되고, 동아시아 평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금석이고, 경색된 동아시아 국면을 완화할 지렛대”라며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며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면에서 연결점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