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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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반려동물 진료비 낮춘다”… 1500만 ‘펫심’ 노린 공약, 실현될까 [이슈+]

이재명·윤석열, 나란히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공약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자율 책정… 최대 6배 차이
수의사회 “항목 표준화 먼저… 포퓰리즘 구호”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동물병원 진료비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나란히 내건 공약이다. 병원에 따라 많게는 6배까지 차이 나는 진료비를 표준화해 양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1500만명으로 추산되는 반려동물 인구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지만, 관련 업계에선 “당장 시행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수가제 도입에 앞서 해결돼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민원 절반이 진료비 과다청구...병원간 최대 6배 차이

 

윤 후보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 등 동물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표준수가제는 진료 항목별 진료비를 일괄적으로 정하는 제도다. 표준수가제가 도입되면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동일한 질병 치료에는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 후보 또한 일찌감치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반려동물 키우며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높은 진료비 부담”이라며 “반료동물 진료수가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보험료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료비를 둘러싼 반려인과 병원간 갈등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반려동물 관련 상담 건수는 총 2212건이다. 이 가운데 동물병원 관련 피해가 314건(14.2%)을 차지했는데, 진료비 과다청구가 50.4%로 가장 많았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병원마다 동물 진료비를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99년 담합을 방지하고 자율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수의사와 변호사, 회계사 등을 대상으로 수가제를 폐지했다. 이후 각 동물병원은 인건비, 임대료, 약품비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산정하고 있다. 서울 시내 동물병원 193곳의 진료비가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차이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수의사회가 표준수가제 반대하는 이유는

 

두 후보가 표준수가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대한수의사회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수가제가 폐지된 23년 전과 비교해 의료 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선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려동물의 종류는 물론 사용되는 약물 역시 급증했다.

 

특히 진료항목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표준수가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같은 중성화 수술도 병원마다 진료 내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A병원에서는 시술 자체 비용만 포함된 반면, B병원에서는 마취비와 입원비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수의사회는 표준수가제 도입을 논의하기 전 특정 질병을 치료할 때 필요한 진료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수의사가 시행하는 모든 진료행위와 질병명을 분석하고, 각각에 특정한 코드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사람의 질병마다 개별 코드를 부여하듯 동물병원에도 유사한 분류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내게 힘이 되는 세 가지(연말정산·반려동물·양육지원) 생활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와 윤 후보 역시 표준수가제 도입에 앞서 진료항목 표준화, 예상 진료비 사전 고지제, 진료항목별 비용 공시 제도를 먼저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두 후보 모두 해당 제도에 대해 원론적 차원 이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허주형 수의사회 회장은 “동물병원 진료항목 표준 체계를 만드는 데 적어도 10년 이상, 15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적 지원과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없는 표준수가제 도입은 포퓰리즘적 구호"라고 비판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