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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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산’에 호주 물류대란…아시아 육류시장 ‘초비상’

슈퍼 육류 판매대에 제품 없어…양대 슈퍼 체인 매대도 ‘텅텅’
현지서도 육류 구입 난항…호주산 소고기 아시아 수출에 ‘타격’
물류대란,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급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탓
인력난에 다급해진 총리, 외국인 노동자에 “일하러 호주 오라”
호주 시드니의 한 슈퍼마켓 고기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여파로 확진자와 격리자 수가 늘어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져 극심한 공급·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호주는 농축산물 주요 수출국인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소고기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지 우려된다.

 

호주는 미국과 함께 소고기 주요 수출국이고, 한국은 일본, 중국 등과 함께 호주산 소고기 4대 수입국이다.

 

20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호주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8만4615명에 달했고, 사망자 수는 67명이었다. 일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 수는 10만 명이 넘었다.

 

이처럼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수가 크게 늘어나자 이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일터에 출근하지 않고 최장 10일까지 자가 격리를 하게 됐다. 이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특히 호주의 주력 산업인 농축산업 종사자와 물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기와 과일, 채소 등 주요 농축산물이 일선 슈퍼마켓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식료품 매대가 텅텅 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양대 슈퍼마켓 체인인 ‘울워스’와 ‘콜스’의 식료품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이 연일 호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대만의 한 슈퍼마켓에 진열된 호주산 소고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급속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력난으로 야기된 호주의 공급·물류 대란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호주 내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된 혼돈 양상이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호주는 소고기와 유제품을 비롯한 농축산물의 주요 수출국이다.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호주산 농축산물의 약 70%를 수입한다.

 

홍콩의 프리미엄 육류 수입업체인 ‘푸드스퀘어 홍콩’은 최근 호주로부터 들여오는 소고기의 수입 일정이 2주 정도 지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호주에서 고기와 유제품, 채소 등을 수입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국경에서 수입품의 통관 절차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1조3000억원 어치가 넘는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한국도 호주발 공급·물류 대란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국내 소고기 가격은 사료값 상승과 수급 불균형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는데, 호주발 수급 불안 현상까지 가중되면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0일 기준 호주산 갈비 100g 평균 소매가격은 3513원으로, 평년의 2381원에 비해 47.5%나 급등했다.

 

한 육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호주산 소고기의 수입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호주 내 물류 대란이 장기화된다면 수급 불안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5월 연방총선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발생한 심각한 공급·물류 대란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다급해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2년간 입국을 사실상 막아왔던 워홀러와 유학생 등에게 ‘SOS’를 쳤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19일 캔버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홀러와 배낭여행객, 유학생의 비자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높은 비자 수수료 때문에 외국인 단기 체류자들이 호주행을 기피하는 현상을 타개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져 호주 전역에서 공급·물류 대란이 벌어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모리슨 총리가 외국인 노동력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호주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과 검사 지침 혼선 등으로 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모리슨 행정부의 총선 패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