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3일 지지자들이 제안한 공약들을 받아 전문가와 청년보좌역들이 다듬은 ‘4대 국민공약’을 발표했다. 육아를 위한 부모 재택근무 보장 등이 핵심이다. 시민과 소통하는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최근 실무형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개편한 이후 젊은 참모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지층을 폭넓게 겨냥하지 못하고, 청년을 정치 이벤트에 소모한다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를 열고 “제가 정부를 담당하게 되면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하는 정부와 국민의 쌍방향 소통 순환 과정을 이뤄가면서 정부가 작동을 할 것”이라며 △부모 육아재택 보장 △오토바이 교통안전 강화 △건강보험 가입자 정보도용 방지 △일선 소방공무원 사기충전 패키지 등을 약속했다. 모두 30대 시민이 생활에서 느낀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공약 위키에 올라온 1500여개 아이디어 중 선정돼 다듬어졌다. 기본 육아휴직과 함께 일부는 육아재택으로 선택권을 주고, 영업용 이륜차 번호판 전면부착을 의무화하는 식이다. 국민의힘은 QR코드 형태의 본인확인 시스템 개발, 소방공무원 내·외근 비율별 승진구조 개편 등도 공약으로 다듬었다. 심쿵약속 시리즈로는 초등학생 아침밥·방학 점심밥 급식 지원 및 돌봄교실 확대를 약속했다.
최근 윤 후보는 2030 참모들의 ‘59초 쇼츠 공약’, ‘AI 윤석열 메시지’ 등 제안도 선거전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30여명의 청년보좌역이 일정·메시지·정책 등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면, 보고체계가 복잡했던 과거와 달리 아이디어가 빠르게 반영된다고 한다. 윤 후보의 첫 대중교통 출근으로 ‘지옥철’ 김포 골드라인 탑승을 제안한 이진원(31) 청년보좌역은 “아이디어를 내면 오케이 사인까지 며칠 걸리지 않는다. 청년보좌역들의 다양한 제안이 일 단위로 모니터링되고 곧바로 반영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한의사이자 프로복서인 김성헌(32) 청년보좌역도 실내체육인들과 간담회를 기획한 뒤 “제안이 반드시 전달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캠프 내에선 이렇게 나온 롤파크 방문 일정이나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등 페이스북 단문 메시지 전략이 젊은 층 지지세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청년보좌역은 오히려 다양한 지지층을 껴안을 수 있는 선거전이 필요한 때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 청년보좌역은 “2030을 공략한다고 여기에만 매몰될 건 아니다. 장년층 등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청년보좌역은 “젊은 실무진들 사이에서 청년을 정치적 연출에 쓰는 현 기조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윤 후보의 페미니즘 행보 등을 이유로 사퇴를 선언했던 일부 청년보좌역의 최근 복귀 행사와 관련해 캠프 내에선 “일방적으로 결정된 일”이라며 복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행사에 참석이 예정됐던 선대본 지도부도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후보는 전날 세종 비오케이아트센터에서 세종 선대위 필승결의대회를 열고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를 약속했다. 윤 후보는 “세종은 우리 국토의 중심이자 행정의 중심이고, 앞으로 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전하면 명실공히 정치의 중심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