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사진 오른쪽)가 23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총 311만호 규모의 주택공급 구상을 꺼내들었다.
이 후보가 공약한 '총 311만호 공급'은 경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250만호보다 61만호 늘어난 것으로, 정부의 기존 206만호 공급계획보다는 105만호나 많은 규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도 의왕시 포일 어울림센터에서 열린 부동산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서울 주택 수(390만호)의 3분의 1에 가까운 추가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급 과잉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대량공급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폭탄' 수준의 대규모 공급으로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수요 억제'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수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대선 본선 돌입 후 '대대적 주택공급' 공약을 예고하기는 했으나, 정치권은 물론 시장에서도 '250만호+α'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정책 실패"라며 "민주당 일원이자 대통령 후보로서 또다시 고개 숙여 사과한다. 변명하지 않고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원칙과 방향은 맞았지만 방법론에서 실패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가며 확실한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기본부터 바로 세우겠다. 정책의 근본이 잘못됐다면 아무리 많은 정책을 내놓아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주택공급 정책을 설 연휴를 앞두고, 그것도 자신의 안방인 경기도에서 전격 공개한 데에는 여러 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력 경쟁자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동산 공약(신규주택 약 250만호 공급)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한편 대선 판세의 분수령이 될 설 연휴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잡겠다는 밑그림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추가 공급 물량이 대부분 서울(48만호)과 경기·인천(28만호)에 쏠려있다는 점에서 수도권에서 대대적 공급 정책을 발표, 시선을 붙잡겠다는 전략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 전 즉석연설에서 "경기도는 저의 정치적 고향이다. 여러분은 이재명을 대한민국의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키워준 어머니 같은 분들"이라며 경기도민의 표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또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로 점쳐지는 2030세대 맞춤형 공급안도 곁들이며 수도권에 포진한 청년층 표심에도 어필했다.
공급물량의 30%를 무주택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는 것은 물론 서울 용산공원 인근 주택 10만호는 전량을 청년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현 대변인은 "사회 출발선에 선 청년세대가 부동산 불평등을 겪지 않도록 신규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거 디딤돌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