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그제 서울 107만호 등 전국에 311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약속했던 250만호보다 61만호가 많다. 문재인정부의 계획분 206만호에다 김포공항·용산공원 주변 개발, 1호선 지하화 등을 통해 추가물량을 채우겠다는 복안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실패”라고 사과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 표를 얻겠다는 다급한 심정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런데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 5곳이 30만호인데 5년 만에 이보다 10배를 웃도는 물량을 쏟아내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야말로 도를 넘은 ‘공약’(空約)이다.
당장 문재인정부의 뒤늦은 공급확대정책은 서울 태릉·용산, 경기 과천의 주민 반발로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다. 이 후보조차 “정부에서 계획된 물량도 (차기 정부) 임기 내 완전히 공급되긴 어렵다”고 했다. 김포공항 주변 8만호 공급은 비행보호구역과 소음문제 탓에 쉽지 않고 용산공원 10만호도 부지반환·토양정화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1호선 등 철도 지하화 역시 지방선거 때마다 등장했지만 공사기간과 비용 측면에서 현실성이 낮아 빈말에 그치기 일쑤였다. 서울 시내 국철 구간 지하화에만 32조60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모처럼 안정 흐름을 보이는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월 들어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대규모 개발공약의 영향을 받는 조짐을 보인다”고 했다.
반값아파트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 후보는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해 인근 시세의 절반 정도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5000만원이니 당첨만 되면 6억∼7억원의 차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로또아파트는 정의와 공정에 배치된다. 이 후보 말대로 공공택지를 원가에 공급하면 그 이득은 아파트 당첨자에게 돌아가고 공공환수액은 줄어든다. 시장 왜곡이 심화하고 민간의 주택공급은 위축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다를 게 없다. 윤 후보는 역세권 개발과 규제 완화로 250만호를 공급하고 원가주택 3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이 ‘아니면 말고 식’ 공약으로 국민을 눈속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희망 고문을 넘어 시장불안과 부작용만 야기하는 허황한 공약은 자제하는 게 유권자를 대하는 최소한의 도리다.
[사설] 李 “311만호” 尹 “250만호”, 표심 노린 부동산 ‘空約’ 아닌가
기사입력 2022-01-24 23:18:52
기사수정 2022-01-24 23:18:51
기사수정 2022-01-24 23: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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