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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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전설 숀 화이트 ‘유종의 미’ 거둘까

베이징동계올림픽 D-9

2012년 X게임서 첫 100점 만점
잠정 은퇴 이후 2021년 설원 복귀
5번째 올림픽 도전 ‘라스트댄스’
숀 화이트가 지난 13일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숀 화이트(36)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황제’라는 표현이 너무나 어울리는 선수다.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8 평창올림픽 등에서 세 번이나 금메달을 따낸 데다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서도 무수히 정상에 오른 덕분이다. 2012년 X게임에서는 스노보드 사상 첫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남자 스노보드에서 100점 만점을 기록한 이는 화이트뿐이다. 이런 수많은 영광을 손에 쥔 그에게 ‘황제’를 제외한 다른 별명을 상상하기 힘들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또 한 번 황제를 만날 수 있다. 지난 22일 화이트가 미국대표팀에 정식 선발된 덕분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 대회 출전을 하지 않으며 사실상 잠정 은퇴상태였던 그는 지난해 다시 설원으로 돌아왔다. 올림픽 도전을 위해서다. 미국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 월드 스노보드 포인트 순위를 바탕으로 총 4명의 대표를 뽑는다. 화이트는 지난 13일 올림픽 직전 마지막 월드컵 대회에서 3위에 올라 사실상 선발이 확정적이었다. 복귀 초반에는 제 실력이 나오지 않았지만 점점 본모습을 찾아 결국 통산 5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전설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된 스노보드팬들은 설렌다. 이미 화이트는 한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물러날 것”이라 밝혔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의 ‘라스트댄스’가 펼쳐지는 셈이다.

 

물론 워낙 노장이라 금메달 도전은 힘들 수 있다. 무엇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15세 나이로 은메달을 따낸 뒤 2018년에도 화이트에 이어 은메달을 따낸 일본의 ‘천재 스노보더’ 히라노 아유무(24)가 어느덧 20대 초반의 전성기 나이에 도달해 압도적 기량을 뽐내고 있다. 화이트가 올림픽이 가까워올수록 제 실력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지만, 3년이라는 공백과 노화의 영향은 숨기지 못한다. 지난해 말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아 컨디션도 100%는 아니다.

 

하지만 화이트의 승부사 기질이 예상밖의 반전도 만들 수 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 한 살이 되기도 전에 두 차례 심장 절개 수술을 받은 연약한 소년이었던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최고의 스타로 올라섰다. 이런 강인함은 수많은 위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17년 뉴질랜드에서 훈련하던 중 최고난도 기술인 더블콕 1440도를 시도하다가 얼굴에 62바늘이나 꿰매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순위가 결정되는 결승 3차 시기에 주저없이 이 기술에 도전해 끝내 성공시키며 정상에 올랐다. 그만큼 다소 무모해보이는, 거침없이 시도하는 선수라 마지막 올림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