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이다. 한 달 조금 남았다. 어느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가보다 더 싫어하는지가 더 관심사가 돼 버린 요즘 정치는 더욱 코믹이 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선택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홍길동중고서점 앞에서 그라피티 작가 닌볼트와 탱크시가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그림을 그리며 그 모습을 생중계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을 그리는 ‘아트배틀’은 온라인투표를 통해 패배한 작품은 치워졌고, 인피니티 스톤을 장착한 어벤져스 영웅 아이언맨으로 그려진 이재명 후보의 이미지는 남았다.
아트벽화대회를 기획한 김민호 문화·예술매니지먼트 굿플레이어 대표는 “청년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지금은 경영난으로 폐업을 선언했지만 6월까지 임대한 홍길동중고서점의 외벽을 통해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정치적 공간이 되었다는 걱정인지 작가들이 선 듯 나서지 않네요. 벽화 프로젝트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벽화로 불렸던 탱크시의 작품 ‘SNOWY’는 철거됐고 닌볼트의 작품 ‘아이언명’은 NTF(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거래 사이트인 밍글민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시선을 끄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거리의 그림들이다. 그라피티(graffiti)라고도 하는데 ‘긁다, 긁어서 그리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거리의 예술(street art)로 불리는 현대 그라피티는 1960년대 미국 뉴욕의 흑인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저항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그린 그림에서 출발했다. 최근 영국의 한 건물주는 자신의 건물 외벽에 있던 유명화가 뱅크시의 벽화(모래성 앞에 쇠지렛대를 들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를 팔기 위해 외벽을 통째로 뜯어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얼굴 없는 화가로 전 세계에 알려진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은 전쟁과 아동 빈곤, 환경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라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
벽화가 많이 그려진 서울 종로구 이화마을 한가운데엔 날개 벽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을 찾는 이들은 대개 이곳에서 날개를 배경으로 하늘을 난다. 수많은 벽화들 가운데 눈에 띄지 않게 벽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벽화가 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모습이 그려진 벽화다. 글자도 희미해지고 많이 빛바랬다.
마을엔 “주민 거주지입니다. 소곤소곤 대화해 주세요.”라는 당부의 말도 적혀 있다. 인천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는 마스크를 쓰고 백신 맞은 부위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WEAR A MASK!”를 외치는 흑백 그림이 그려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며 전 세계 도시 거리엔 코로나 극복 메시지를 담은 벽화가 생겨났고 지금도 그려지고 있다.
거리의 벽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삭막한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무언가를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거리에서 우연히 필 꽂히는 벽화를 본다는 건 행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