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으로 인한 대유행은 지난해 말 겪었던 유행과 양상이 다르다. 위중증 환자 수는 절반 이하이지만 확진자 수가 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29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고, 설 연휴가 끝난 다음달 3일부터는 아무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을 수 없도록 검사체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2410명으로 잠정집계됐다. 이틀 연속 1만명대 기록에, 최고치 경신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달 초와 비교해 확진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달 8일 840명에서 이날 385명으로, 사망자 수는 60명대에서 20∼30명대로 각각 감소했다. 입원대기 환자는 지난달 8일 685명에 달했지만 이날은 한 명도 없다. 경증 혹은 무증상 확진자의 폭증이 예고된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확진자 단기 예측’을 보면 오미크론 전파율이 델타의 2.5배인 경우 2월 말 확진자는 3만1800~5만2200명에 달한다.
정부는 검사체계부터 오미크론 대응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29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달 3일에는 전국 431개 호흡기전담클리닉 등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확대한다. 동네병원의 진단검사 체계 참여에 대한 세부 내용은 28일 공개할 방침이다. 이날 먼저 시행한 광주, 전남, 경기 평택·안성을 제외하면 다음달 2일까지는 원할 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3일부터는 고위험군이 아니면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고, 양성인 경우에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설 연휴 이후 오미크론 대응체계 전환 시기를 검토한다고 했으나, 확산세가 가파르자 시행 시기를 앞당겨 구체화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대응 초기에는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병행하면서 동네 병·의원의 참여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순방 후 사흘간 자가격리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첫 출근 뒤 오미크론 대응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오미크론 대응 방침에 대한 의사결정 속도를 더 빨리 할 필요가 있다”며 오미크론 증가 속도에 따른 병상 확충, 특히 소아병상을 사전 확보할 것과 저소득·취약계층에 무료로 자가진단키트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위중증 환자 수나 사망자 수, 치명률, 50세 이상·이하와 같은 연령별로 구분해 국민께 보고하는 체계의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집중에 경증 관리 소홀 우려… 동네의원 역량 늘려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26일 본격 가동되면서 PCR(유전자증폭) 검사 방식, 확진자·밀접접촉자 격리기간 단축 등 많은 게 달라졌다. 대응체계는 다음달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세심한 지침 마련이나 대국민 안내 등과 관련해 소홀한 부분이 있다면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 연휴 기간과 이후 예상되는 확진자 폭증과 맞물려 혼란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검사 범위 지침 명확히 해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은 중환자·사망자 최소화와 의료체계의 과부하 및 붕괴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확진자 증가는 기정사실로 보고, 한정된 PCR 검사·역학조사·의료대응 여력을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수인 경증·무증증 확진자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 확진자와 현장 의료진의 불편도 가중된다. 검사자 입장에서 보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면 PCR로 다시 검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오미크론이 확산할수록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둘 다 받아야 하는 인원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선별진료소 현장에서는 고위험군과 그렇지 않은 검사대상을 구분해 안내하는 일이 가중된다. 이런 점들에 대해 당국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혼란을 줄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주변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검사 범위에 대한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 이전에는 자유롭게 PCR 검사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학교의 경우 확진자가 1명 발생하면 전원이 선제적 PCR 검사를 실시했으나, 이 지침도 오미크론 대응체계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이날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은 학교에 신속PCR,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를 포함해 상황별로 검사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속항원검사 정확도를 둘러싼 논란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도 정확도는 50∼60% 수준이다. 감염 초기라 바이러스 양이 적다보면 양성이 음성으로 판단돼 안심했다가 추가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정부의 자가검사키트 확대에 우려를 표하면서 PCR 검사를 더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전문가들은 음성인 경우 이틀 뒤 추가 검사를 받는 등의 행동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검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게 대국민 홍보를 잘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지금도 그냥 선별진료소에 PCR 받으러 가는데,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의원, 선별진료소로의 원활한 신속항원검사 키트 공급도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마스크 대란 때처럼 검사 키트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동네의원들 역량 확보도 시급
고위험군 집중으로 생기는 코로나19 경증·무증상 환자들의 검사·치료 구멍은 동네의원이 메꿔야 한다. 당장 다음달 3일 전국 호흡기클리닉 등 병·의원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환자에 대응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또 전국 431개라지만, 기초지자체별로 보면 2개 정도로 접근성이 낮다.
확진자 증가에 대비해 참여할 수 있는 의원을 추가로 늘려야 하는데, 신청도 적고 격리실 준비부터 의료진 보호구 착용, 검체 채취 교육 등도 제대로 안 된 상태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진료가 가능한 의료진 위주로 빨리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환자가 많아지면 아이들과 젊은층 등 외래 위주 치료가 많아질 수 있어 외래치료와 경구치료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다면 근처 병원에서 검사·진단을 받고, 경구용 치료제 처방까지 받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지금은 PCR 검사로 양성 판정을 받고, 보건소 중증도 분류와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 비대면 진료를 거처 처방받은 뒤 약국 등을 통해 배달받는 절차를 거쳐야 해 치료제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늦어진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별 네트워크 구성과 명확한 지침 제공 등이 서둘러 진행돼야 한다”며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이 나올 경우 PCR 결과 확인 없이도 병원에서 고위험 환자에게는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CR검사 해달라”… 곳곳서 실랑이
“신속항원검사 대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
26일부터 광주와 전남, 경기 평택, 안성에서 고위험군만 우선 PCR 검사를 받도록 한 새로운 대응체계가 실시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들 지역에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확산 중이다.
이날 오전 광주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박모(42)씨는 진료소에 도착하자마자 1층 PCR 검사장과 2층 신속항원검사장으로 나뉜 통로에서 한동안 어디로 갈지 망설였다. 감기 증상이 있어 진료소를 찾았다는 박씨는 예전처럼 PCR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보건소의 안내로 2층에서 이날부터 도입된 자가진단키트 형식의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15분 만에 나온 결과는 음성이었다. 기존 PCR 검사의 경우, 결과가 나오기까지 만 하루 동안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그는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찜찜하다”며 “집에 가서 하루 동안 더 증상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특히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일부 시민들은 자가진단키트의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PCR 검사를 고집해 보건소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서구보건소는 이날 오전 9시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자마자 예전처럼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증상이 있으면 기존처럼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대부분 PCR 검사장으로 향했지만 만 60세 이상,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서야 자리를 옮겼다.
지역 방역 당국도 장소와 장비를 손보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직원 10여명을 신속항원검사에 새롭게 배치한 이 보건소 관계자는 “기존 방역 업무에 그만큼 부담이 가중됐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지급한 자가진단키트 3000명분도 밀려드는 검사 인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경기 안성보건소에선 신속항원검사 방법을 모르는 시민들을 위해 직원들이 직접 검사해주며 진땀을 쏟았다. 이와는 반대로 PCR 검사장은 오랜만에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신속항원검사가 실시되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병·의원의 경우 보건소보다 혼선은 적었지만 향후 상황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경기 평택의 한 내과의원 3층에 마련된 호흡기클리닉은 입구부터 의료진과 검사자의 동선을 가벽으로 분리한 채 방마다 음압기를 설치해 공기 전파를 막았다. 예약을 마친 환자에 한해 신속항원검사를 한 뒤 양성이 나오면 곧바로 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채취한 검체는 선별검사소로 보내졌다.
이곳을 방문한 최모(38)씨는 “열이 나면 다른 병원에선 먼저 검체 검사부터 받고 오라고 하는데 이곳에선 진료가 가능하다”며 “일반 환자와의 동선 분리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병원 관계자도 “방역정책이 바뀌어 생기는 혼선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현재 평택에는 이런 호흡기전담클리닉이 평택성모병원 등 병·의원급 8곳에 마련됐고, 이웃 안성에는 3곳이 운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