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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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北 도발 멈추게 하려면

北, 새해부터 잇단 미사일 도발
민심 잡고 핵협상 물꼬트기 속셈
축소했던 한·미 군사훈련 재개
대북 제재 더 고삐… 경종 울려야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1월 5일과 11일에는 극초음속이라 주장하는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쏘아 올렸다. 12일자 노동신문은 전날 미사일 발사를 최종시험으로 표현하며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가 활공 재도약하여 240㎞ 선회기동 후 1000㎞ 수역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참관하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국방과학원 인사들을 축하해 줬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동 미사일은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하면서 핵·미사일 역량 강화를 지속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규탄하며 독자 제재를 가하자 북한은 이에 반발하면서 1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KN-23) 2발, 17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19일에는 제8기 6차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2018년 이후 자발적으로 유지해 온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재검토를 선언했다. 즉,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27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추가 발사했다. 1월 들어 보여준 미사일 도발 행태를 감안할 때 북한은 2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대내, 대남 주요 정치 일정과 한·미연합연습 등을 계기로 추가적인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함께 모라토리엄 카드까지 뽑아든 속내에는 복합적인 노림수가 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가 눈감아주고 미·중 등 국제사회가 분열하는 호기를 틈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의 다양화로 한·미가 대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정치적 의도도 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고 김정은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다. 지금의 어려움을 미국 등의 적대시 정책으로 책임을 돌리고 김정은의 군사 치적을 과시하면서 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남측의 임박한 3월 대선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미연합연습 중단 등 동맹 이간도 노림수다. 새 정부를 길들이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게는 이중기준 및 적대정책 철폐를 요구하고 핵·미사일 보유를 정당화하면서 대북제재 해제와 핵 군축협상의 물꼬를 터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북한이 2018년 이후 조건부 비핵화를 미끼로 대남, 대미 협상을 이어온 것은 모두 기만적인 행태였음이 드러났다. 모라토리엄을 유지한다면서도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언제라도 재가동할 수 있도록 관리해온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비핵화란 물 건너간 얘기가 되어버렸다. 중·러의 뒷배를 믿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어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우리를 직접 겨냥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특단의 대책으로 북한의 도발을 멈추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의 노림수가 결코 성립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즉, 북한이 잇단 도발을 통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치명적인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우선,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미 대응은 더 강력해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중단·축소했던 한·미연합연습 실병기동과 전략자산 전개 등도 재개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제재를 최고 수준으로 높여 뼈아픈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겪고 있는 극심한 경제적 고통은 김정은 정권의 권력욕과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서 비롯된 것임을 주민들이 제대로 인식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그래도 끝내 북핵 CVID가 실패하게 된다면 핵 공유협정의 체결이나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등 플랜B 검토도 우리는 주저할 수 없다. 이로써 북한의 불법행위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중·러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