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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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경심 징역 4년 확정, 조국 비호한 여권 반성·사과해야

법적 시비 2년5개월 만에 마침표
엄중한 공정·정의 가치 일깨워 줘
정치권 진영 대결 부추기면 안 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어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는 업무방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등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둘러싼 법적 시비는 2년5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사필귀정의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 매체를 제3자가 임의제출하는 경우 소유자인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이번 사건이 파기환송될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위법한 방식으로 PC를 압수해 증거능력이 없다는 정 전 교수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별도 자녀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엄중하다. ‘공정’ 가치의 중요성을 무거운 형량으로 일깨웠기 때문이다. 부모의 지위와 힘 등 기득권을 활용해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것은 정의를 흔드는 일이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사법부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부모 찬스’로 상처받은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 바란다. “표적 수사”, “먼지떨이 수사”라며 조 전 장관을 비호했던 여권 인사들도 자성해야 한다. 이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내로남불’ 시각에서 벗어나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

2019년 7월 조 전 장관이 법무장관 후보에 내정된 뒤로 약 2년간 한국 사회는 ‘조국 지지’와 ‘조국 반대’로 극심하게 분열됐다. 보수 진영은 수개월간 전방위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극 지원했고, 진보 진영은 검찰개혁을 가로막는 ‘검찰 쿠데타’라며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의 빚’ 운운하며 조 전 장관 감싸기를 계속했다. 우려되는 지점은 또 진영으로 나뉘어 국론분열이 재연될까 하는 것이다. 이제는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된 만큼 더 이상의 왈가왈부는 없어야겠다. 대선이 임박한 민감한 시기인 만큼 여야 정치권도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진영 대결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