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이면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정권을 찬탈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무자비한 탄압으로 1500명에 가까운 시민이 쓰러지고 1만명이 넘게 체포됐다. 군부독재는 견제 없이 지속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은 투옥 위기에 처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지지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막혀 규탄 성명만을 낼 뿐 실질적인 움직임은 전무한 상황이다. 미얀마 군부는 내년 8월 총선거를 치러 비상상황을 마무리짓겠다고 했으나, 군부의 합법적인 장기집권을 위한 명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군부 탄압에 미얀마인 1500명 숨져
27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탄압으로 인해 사망한 미얀마인은 전날까지 1494명을 기록했다. 체포·구금된 인원은 1만1776명에 달한다.
쿠데타 100일 만에 사망자가 800명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피해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민주화 시위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부 영향력이 막강한 최대도시 양곤이나 만달레이에서는 게릴라성 시위만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 세력은 국민통합정부(NUG)를 세웠지만, 현실적으로 군부를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얀마 국민의 삶은 악화일로다. 정정 불안으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은 치솟은 물가로 인해 고사직전에 몰렸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미얀마인이 무직 상태로 방치된 실정”이라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 경제가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호의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목소리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유엔은 지난해 6월 총회에서 미얀마 무기 금수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후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얀마 쿠데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초모툰 유엔주재 대사의 유엔총회 연설이 취소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인접국들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는 등 일부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최근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정상회의에 초대하면서 미얀마 내 폭력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휴전을 촉구했다. 미얀마 군부가 국제사회에 나서기 위한 ‘정상 국가화’의 길에 들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루이스 샤보노 국제인권감시기구 이사는 “유엔은 군부의 잔학행위에 대한 소심한 접근을 멈추고 발언을 강경한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부는 바꿔야”
국내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펼치는 조모아 한국미얀마연대 대표는 2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조금만 나눠 달라”며 한국인의 지지를 호소했다.
조모아 대표는 중학생이던 1988년 8월 8일 미얀마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시위인 ‘8888항쟁’에 동참했다 탄압을 피해 1994년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후 국내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 왔으며, 2008년에는 난민 인정을 받았다.
그는 쿠데타 1년이 지났지만 미얀마 곳곳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전히 수도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가 일어나고, 소수민족과 반군도 함께 총을 잡고 군부독재에 맞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얀마 상황을 알리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조모아 대표는 “군부는 SNS를 사용하는 미얀마 국민을 조사하고, 월급의 3∼4배에 달하는 벌금을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모아 대표는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민족별로 나뉜 미얀마인의 화학적 결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고 전쟁도 피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미얀마 국민이 한데 모여 일어나야 한다”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부를 바꿔야만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