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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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아파트 신고액, 시세 62% 수준”

경실련, 21대 의원 211명 조사

시세 132억대 아파트 81억대 신고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가장 큰 차이
박병석 국회의장은 20억대 뒤이어
文정부서 집값은 5억8000만원 ↑
“가족 재산 고지거부 조항 폐지를”
지난 2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스1

국회의원들이 아파트 재산을 실제 시세의 60% 수준으로 축소 신고했고,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 시세가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평균 5억8000만원 올랐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국회의원의 아파트 재산 신고가액은 1840억원이지만 같은 해 3월 기준 시세는 2975억원”이라며 “신고액은 시세의 62% 수준으로 1인 평균 5억4000만원이 축소 신고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1대 국회의원 294명 중 211명이 보유한 아파트 259채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세 조사는 KB국민은행, 다음, 네이버 등의 부동산 시세, 실거래가 정보가 활용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아파트 재산 신고액과 시세 차이가 가장 큰 의원은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으로, 신고액(81억8100만원)이 시세(132억7500만원)보다 50억9400만원 적었다. 박 의원은 서울 강남구, 충북 옥천군 아파트와 차남 명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합쳐 총 3채를 신고했다. 박 의원에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20억3900만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18억7000만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18억5200만원),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18억원) 순으로 신고액과 시세 차액이 컸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보다 1인 평균 부동산 재산, 1채당 가격, 신고액 대비 시세 차액 모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인 평균 아파트 재산을 11억1000만원으로 신고했으나 실제 시세는 17억9000만원이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1인 평균 아파트 재산을 6억200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실제 시세는 10억2000만원이었다.

경실련은 “공직자 부동산 재산신고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금액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실거래금액을 ‘본인 기준 실거래’로 국한해 해석하면서 국민에게 재산을 축소 공개하고 있다”며 “부동산 재산은 공시가와 시세를 같이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국회의원들의 아파트 시세가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평균 5억8000만원 올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회의원 소유 아파트 1채당 평균 가격은 12억9000만원으로, 2017년 5월(7억1000만원)보다 82% 상승했다. 상승액이 가장 큰 아파트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박병석 국회의장,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신고한 반포주공 1단지다. 사업비 10조원 규모의 재건축이 진행 중인 반포주공 1단지는 지난 4년 반 동안 32억8000만원(전용 140㎡형 기준)이 올랐다.

국회의원들이 소유한 주택과 오피스텔 305채 중 71%(217채)는 수도권에, 46%(141채)는 서울에 몰려 있었다. 17%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국회의원 105명의 가족 154명은 재산 고지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지 거부 사유로는 독립생계유지(132명)가 가장 많았고, 타인 부양(17명), 기타(5명) 순이었다.

경실련은 “국회의원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과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수도권 과밀방지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재산 은닉 의도로 비칠 수 있는 가족 재산 고지거부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