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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측 ‘네탓 공방’ 공중전…토론 불발 책임 떠넘기기

법원 제동에도 추진, 무리수 지적도…국민 피로도만 가중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사진)·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사진) 대통령선거 후보의 첫 맞대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31일 일대일 토론'이 여야의 지루한 공방 끝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양강 후보의 토론 맞대결은 3·9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설 연휴 민심의 향배를 가를 본격적인 검증 무대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설 연휴를 즈음해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대혼전의 판세가 전개되면서 맞장 토론이 막판 판세를 가를 변수로 꼽혀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 셈법에 따른 무한 핑퐁 공방만 연출하며 '토론의 룰'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 설 연휴 기간 양자 토론이 끝내 물 건너 가면서 정작 '명절 밥상 민심'을 외면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특히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정국 와중에 정쟁에만 매몰, 국민의 피로도만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추진됐던 양자 TV토론이 법원의 제동으로 불발된 가운데 '공동중계 없는' 양자 토론을 추진한 것 자체가 법원의 결정 취지를 위배하는 무리수였다는 시선도 있다.

 

지난 26일 법원의 '양자 TV토론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힘을 잃었던 양자 토론은 다음 날인 27일 국민의힘의 '역제안'으로 불씨가 되살아났다.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1일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 양자토론을 개최하자"고 밝혔다.

 

양자 TV 토론이 무산되자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한 토론회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별도의 맞장 토론을 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윤 후보 측에 "법원 판결을 무시하지 말고 4자 방송 토론 참여 선언부터 하라"며 국민의힘의 '선(先) 양자 후(後) 다자토론'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다 당일 다시 입장문을 내고 양자토론 수용으로 선회했다.

 

당시 4자 토론이 예정됐던 31일 당일에 양자토론도 하자는 또 한 번의 역제안이었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하루에 토론을 두 번 하느냐. 국민 피로도는 안중에도 없느냐"며 맞서면서 대치는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31일 양자토론 개최'에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4자 토론과의 선후 관계 등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며 재차 기 싸움을 벌인 것이다.

 

이후 28일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참여한 '다자토론 협상'에서 4자 토론 개최일이 당초 31일에서 2월 3일로 미뤄지면서 31일 양자토론 개최 가능성이 또 살아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31일 양자 토론, 2월 3일 4자 토론 제안'을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즉시 실무 협상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토론방식 등 룰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거듭됐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실무협상에서 정치·경제·도덕성 등 국정 전반을 다루자고 한 반면 국민의힘은 주제 제한 없이 자유토론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에 이재명 후보가 30일 "(국민의힘이) 원하는 대로 주제 없이, 자료 없이 토론하자"며 한발 물러섰으나 이번에는 '자료 지참' 여부가 암초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제 없이, 자료 없이 토론하자'는 주장을 대폭 양보해 수용했음에도 뒤늦게 국민의힘이 이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의혹' 자료는 지참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공보단은 당시 협상장에 국민의힘이 들고 온 제안서를 출입기자단에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서류에는 '문서, 사진 미디어 등 자료 사용 불가' 내용이 적혀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시 서류는 보좌진이 만든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며 이는 민주당 측에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질의를 하려면 최소한의 '팩트'를 담은 자료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31일 양자토론' 협상은 닷새 만에 최종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양자 토론에 반발, 30일 오후 늦게부터 국회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도 이어졌다.

 

'명절 밥상 민심'의 최대 관심사였던 양자토론이 31일 끝내 불발되자 여야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양당은 토론이 예정됐던 당일인 이날 오후까지도 '대면 협상'은 회피하며 공중전을 이어갔다.

 

물리적으로 이미 토론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책임론을 의식한 듯 어느 쪽도 협상 최종 결렬 혹은 토론 무산을 먼저 공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측이 양보없는 평행선을 달린 가운데 두 후보가 이날 현장 행보를 재개하면서 토론 무산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국민의힘 토론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오후 1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결국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이번 양자토론을 거부하려는 듯하다"며 민주당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시간으로 보면 상당히 물리적으로 세팅(준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후보는 처음부터 네거티브조차도 자료 없이는 못 하는 후보라고 고백했어야 했다"며 "처음부터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주장한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대변인은 "주제 없는 토론을 고집하기에 이재명 후보가 양보하고 양자 토론의 물꼬를 텄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무엇에 놀랐는지 네거티브 자료를 한 보따리 들고 오겠다고 어깃장을 부리며 토론을 끝내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도 안양소방서 소방관들을 격려 방문한 뒤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도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 자료를 갖고 토론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 앞에서 정책에 관한 말씀을 드리는데 어떻게 입만 가지고 토론하나"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