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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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부인 ‘법카 유용’ 등 의혹 사과로 어물쩍 넘길 생각 말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지난 1월 31일 서울 용산역을 방문, 귀성객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경기지사 재직 당시 아내 김혜경씨의 ‘공무원·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경기도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김씨와 관련된 전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 폭로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A씨는 도청 5급 공무원 배모씨 지시를 받고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옷장과 냉장고 정리 등 개인 심부름을 했다고 한다. A씨 일과의 90% 이상이 김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이었다. 도청 공무원을 제집 종 부리듯 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A씨는 배씨 지시를 받아 자신의 카드로 산 소고기를 이 후보 자택에 전달하고 이튿날 결제를 취소한 뒤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 도정 업무에 쓴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런 수법을 쓴 게 10여 차례나 된다고 한다.

 

의혹이 커지자 배씨는 그제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A씨에게) 했다”며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약 대리 처방 논란에 대해선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꼬리 자르기’ 시도 아닌가. A씨 측은 “김씨 집 앞에 직접 약을 걸어놓고 왔다”고 반박했다. 김씨도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을 바보로 안다.

 

야당에선 약 대리 처방은 의료법 위반이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사먹은 건 국고손실 범죄라고 주장한다. 경기도 감사실이 경기지사를 지낸 여당 대선 후보 부인 의혹을 제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검찰 등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위법이 드러나면 관련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 후보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는 “김건희씨 수사부터 제대로 하면 좋겠다”거나 “5급이 7급에 갑질한 것 아니냐”는 등의 물타기 발언과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