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배우자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당사자인 경기도청 전 비서관(5급) 배모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외국인 의전’을 위해 비서실에 특별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배씨가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수행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면서 논란이 됐고, 시의원들이 배씨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으나 시가 외국어 능력이나 귀빈 의전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와 함께 도청 사무관을 그만둔 배씨는 공직에 입문하기 전 이 후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성남시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배씨의 부하 직원이자 비서 업무를 한 A씨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배씨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배씨는 김씨의 사적 용무를 담당하며 ‘카드 바꿔치기’ 등 법인카드 유용을 사실상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배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8월부터 시장 비서실에서 의전 담당 비서(7급)로 근무했다. 하지만 비서실 소속이던 그가 이 후보의 부인을 보좌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잡음이 일었다.
2012년 2월23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183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차 회의록에는 야당 시의원들이 배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실제 업무를 따져 묻는 내용이 나온다. 박완정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은 “배○○이라는 (비서실) 계약직 직원의 분장사무가 비서실장이 가져온 자료에는 ‘외국인 의전’, 총무과장이 낸 자료에는 ‘의전 수행’으로 돼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당시 행정기획국장은 “의전에 관련된 것을 세분화시킨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행정기획국장이 1년에 우리 시를 방문하고 시장을 만나는 외국인 내방객 수도 모른다”고 추궁하자, “외국인이 계속 오는 게 아니기에 공식적인 사항은 그쪽(김씨)을 수행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덕수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도 “어느 외국어가 전공이며 토익은 몇 점이나 나오느냐”고 질문했고, 행정기획국장은 “(배씨가) 외국어를 좀 잘한다. 외국에서 생활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당시 시의원들은 배씨의 외국 귀빈 수행일지와 이력서, 외국어자격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시는 응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배씨 관련 이력 외에 업무추진비 등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앞서 2011년 11월25일 시의회 본회의에선 “봉사단체 행사에 김씨가 관용차를 타고 왔는데 공무원이 20여명은 도열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현재 지자체장의 배우자는 공무원의 수행과 의전이 금지돼 있다.
이런 배씨는 2018년 이 후보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함께 경기도청으로 옮겨 별정직 5급으로 총무과에서 의전 담당으로 일했다. 당시 혜경궁 김씨 트위터(@08__hkkim) 논란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았는데, 한 언론을 통해 트위터 계정에 사용된 이메일을 만든 사람으로 배씨가 지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