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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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의혹’에 제보자 공격하는 與… “내로남불이자 2차 가해”

우상호 “국민은 심각하게 안 보는 듯”
선대위 “문제 있었으면 그만뒀어야
보도 기사들, 국민의힘 시각과 동일”

野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퇴하란 격”
전문가도 “내로남불·2차 가해”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황제 의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은 제보자인 전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가 5급 배모씨와 통화를 녹음한 저의를 문제 삼는 등 ‘메신저 공격’에 주력했다. 그러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각종 갑질 사건이 을들의 녹음 제보를 통해 알려진 점을 고려할 때 민주당의 행태는 여전히 내로남불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우상호 총괄본부장은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씨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충격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을 보면, 부적절해 보이나 기존 사건과 비교할 때 (국민이) 심각하게 보는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분석으로는 낙폭이, 아주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어서 상당히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적절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A씨의 제보에 정치적으로 숨은 의도가 있다는 취지 주장을 공공연히 펴는 등 ‘메신저 공격’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당시 배씨 지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A씨가 일을) 그만두면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갑질 정황이 드러난 배씨 대신 A씨의 처신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배씨는 이 후보를 변호사 시절부터 보필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현 대변인은 A씨 측이 후원계좌를 만든 것을 두고 “공익제보자를 자처하는 분이 후원계좌 만든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했다. A씨가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며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있다는 측근의 주장에 대해선 “이 후보와 관련된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연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같은 날 민주당 선대위 최민희 미디어특보단장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해당 사안 관련 언론 보도들을 거론하며 “천편일률이었다. 국민의힘 시각과 동일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제보자 공격’은 다수의 갑질 사건이 피해자의 녹음 제보를 통해 밝혀지고, 직장 내 갑질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됐던 점을 비춰볼 때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과거 한진가 내부에서 벌어졌던 욕설·폭언 등 다양한 갑질 사건이 녹음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현 대변인의 발언을 겨냥해 “이 후보는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학교에서 자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며 “정말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장 내 갑질로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싫으면 네가 그만두지 그랬냐’는 집권 여당의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민주당의 대응을 두고 “국민의 비판과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려는 모습”이라며 “내로남불 격이자 피해자에 대한 일종의 2차 가해”라고 했다. 채 교수는 “녹음을 하게 된 배경이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거나 사실관계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