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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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유망주서 빙속괴물로 진화… 亞 첫 2회 연속 메달

스피드 男 1500m 銅 김민석

세계 최강 나위스와 레이스 펼쳐
11조로 경기 나서 1분44초24기록
서양선수 비해 체력적 열세 극복
“제 메달 다른 선수에게 힘 되길”
“남은 경기도 최선 다할 것” 김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김민석이 동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베이징=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가 열린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11조 인코스에 선 김민석 옆 아웃코스에는 세계기록 보유자이자 2018 평창 금메달리스트인 키엘드 나위스(네덜란드)가 섰다.

앞선 10조에서 토마스 크롤(네덜란드)이 1분43초55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데다 옆 자리 상대가 세계 최강이기에 김민석으로선 부담될 법도 했지만, 이 종목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김민석의 스케이팅에는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초반 300m를 전체 9위에 해당하는 25초38로 끊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김민석은 300~700m 구간을 25초38로 통과하며 3위로 올라섰다. 700~1100m 구간에서도 26초61을 기록하며 3위를 지켜낸 김민석은 함께 달린 나위스가 괴물 같은 기량을 뽐내며 거리를 벌려 나갔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따라붙으며 1100~1500m 구간을 28초50으로 끊었다. 최종 기록은 1분44초24. 나위스의 1분43초21보다 1초 이상 늦었지만, 크롤에 이은 전체 3위의 호성적이었다.

이제 관건은 남은 4개조 8명의 선수들이 김민석의 기록을 넘어서느냐 여부. 뒷조로 갈수록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두 선수 다음 가는 김민석의 기록을 깨기는 쉽지 않았다. 월드컵 랭킹 1위인 조이 맨시아(미국·1분45초26)도 김민석보다 늦었고, 14조 일본의 오다 타쿠로(1분46초60)와 중국의 닝중옌(1분45초28)도 김민석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15조로 나선 페데르 콩스하우그(노르웨이·1분44초39·4위)와 코너 하우(캐나다·1분44초86·5위)가 김민석의 기록에 못 미치며 결승선을 끊는 순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확정됐다.

2018 평창 때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남자 1500m에서 메달을 딴 선수로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던 김민석은 이번 동메달을 통해 지난 평창 때 동메달이 홈 이점을 등에 업은 행운이 아님을 입증했다.

김민석이 동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베이징=뉴스1

1m78, 70kg로 1m90을 훌쩍 넘기는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 조건이 불리한 김민석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체력과 근력 운동에 집중하며 중장거리에 이상적인 몸을 만들었다. 지난 평창 때 중장거리와 장거리를 모두 준비하기 위해 급하게 체중을 감량하다 근육량이 줄어들어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던 경험에서 나온 ‘선택과 집중’이었다. 코너링 기술도 끌어올려 1500m에 집중한 김민석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올림픽 2회 연속 1500m 메달 획득이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유망주’에서 ‘중장거리 빙속 괴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경기 뒤 김민석은 “첫 메달을 딸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다른 종목에서 불의의 사건이 있어 저라도 메달을 따서 한국 선수단에게 힘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면서 “제 메달이 다른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4년 전보다 기량이 더 올라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직 24살이니 선수 생활을 10년 이상 더 하고 싶다. 저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석은 남자 팀 추월에도 이승훈, 정재원과 함께 출전할 예정이다. 김민석은 “3명 모두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위해 준비했다. 4년 전 평창 은메달처럼 많은 기대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이징=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