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대선 국면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한 ‘단일화 구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윤 후보는 9일 안 후보와 단일화 문제에 대해 “서로 신뢰하고 정권 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10분 안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끝낼 수 있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안 후보의 결심만 서면 두 후보의 담판으로 단일화 조건 최종 조율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단일화 추진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하는 협상은 안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일화는) 느닷없이 하는 것”이라며 “한다면 전격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만큼 실무 논의 테이블을 차리는 과정을 건너뛰고 두 후보 간 협상을 타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런 ‘톱다운 방식’ 담판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고 안 후보가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담판은 사실상 안 후보의 ‘후보 양보’가 전제돼야 하므로, 윤 후보가 제안할 조건의 명분과 실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협상 노력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공동정부 구상을 비롯해 경기지사, 서울 종로 출마 등 안 후보에게 제안할 카드를 모두 마련했다고 한다. 윤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포기를, 안 후보 측은 윤 후보의 지분 양보 수준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 정국의 1차 분수령은 공식 후보등록이 마감하는 오는 14일, 2차 분수령은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오는 28일이 될 전망이다. 두 번의 기한을 넘기면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가 되지 않아 단일화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수는 지지율 흐름이다. 직선제 개헌 이후 후보등록일 즈음 여론조사 1위 후보가 매번 정권을 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1일 2차 TV 토론회 직후 지지율이 양측 지분 싸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와 앙숙으로 최근 잇따라 비판 메시지를 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를 향한 ‘사퇴 압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후보등록하고 공식선거운동이 15일부터 시작되면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며 “저희 정보로 판단해 안 후보는 선거를 완주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 이름 ‘철수’를 거론하며 “협상에 의한 경쟁방식에 따르는 게 단일화인데, 한쪽이 선거를 진행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를 보편적으로 철수라고 한다”고 비꼬았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 옆에 위치한 한국 천주교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하며 종교계와 접점을 늘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방문을 “종교계 어르신을 정중히 찾아뵙고 통합과 희망의 큰 가르침을 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저도 40여년 전에 명동성당을 본당으로 해서 영세도 봤고, 검사 생활 전까지 10여년간 매주 일요일에 와서 주교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잊히지 않는 건 ‘희생과 헌신을 통해 자꾸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이라며 “지금껏 살아오는데 늘 거듭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유익한 것이든 힘든 것이든 어떤 경험이든지 간에 그런 마음가짐을, 평생의 신조가 되는 것을 20대에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심쿵약속’시리즈로는 영세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등 결제와 달리 간편결제에선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 등과 관련한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병대 발전 공약으로는 “육군·해군·공군·해병대 ‘4군 체제’로 전환해 해병대 위상을 제고하겠다”며 상륙공격헬기 등 실전성이 검증된 무기 도입을 통한 첨단 장비 전력화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