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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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후보 양보’·尹 ‘지분 양보’ 접점이 단일화 관건… “물밑 조율 중”

尹·安 톱다운 단일화 논의 주목

尹 “방향 맞으면 10분 안에 매듭 가능”
물리적 시간 부족… 安 향해 적극 구애
공동정부·경기지사 등 제안카드 마련

후보등록 마감하는 14일 1차 분수령
투표용지 인쇄 28일 넘기면 효과 희석
이준석 “安 선거 완주 상황 아냐” 압박

尹, 정순택 대주교 예방 접점 넓히기
해병대 ‘4군 체제’로 위상 제고 공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뉴스1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대선 국면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한 ‘단일화 구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윤 후보는 9일 안 후보와 단일화 문제에 대해 “서로 신뢰하고 정권 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10분 안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끝낼 수 있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안 후보의 결심만 서면 두 후보의 담판으로 단일화 조건 최종 조율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단일화 추진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하는 협상은 안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일화는) 느닷없이 하는 것”이라며 “한다면 전격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만큼 실무 논의 테이블을 차리는 과정을 건너뛰고 두 후보 간 협상을 타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런 ‘톱다운 방식’ 담판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고 안 후보가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담판은 사실상 안 후보의 ‘후보 양보’가 전제돼야 하므로, 윤 후보가 제안할 조건의 명분과 실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협상 노력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공동정부 구상을 비롯해 경기지사, 서울 종로 출마 등 안 후보에게 제안할 카드를 모두 마련했다고 한다. 윤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포기를, 안 후보 측은 윤 후보의 지분 양보 수준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 정국의 1차 분수령은 공식 후보등록이 마감하는 오는 14일, 2차 분수령은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오는 28일이 될 전망이다. 두 번의 기한을 넘기면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가 되지 않아 단일화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수는 지지율 흐름이다. 직선제 개헌 이후 후보등록일 즈음 여론조사 1위 후보가 매번 정권을 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1일 2차 TV 토론회 직후 지지율이 양측 지분 싸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와 앙숙으로 최근 잇따라 비판 메시지를 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를 향한 ‘사퇴 압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후보등록하고 공식선거운동이 15일부터 시작되면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며 “저희 정보로 판단해 안 후보는 선거를 완주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 이름 ‘철수’를 거론하며 “협상에 의한 경쟁방식에 따르는 게 단일화인데, 한쪽이 선거를 진행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를 보편적으로 철수라고 한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9일 서울 중구 천주교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 옆에 위치한 한국 천주교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하며 종교계와 접점을 늘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방문을 “종교계 어르신을 정중히 찾아뵙고 통합과 희망의 큰 가르침을 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저도 40여년 전에 명동성당을 본당으로 해서 영세도 봤고, 검사 생활 전까지 10여년간 매주 일요일에 와서 주교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잊히지 않는 건 ‘희생과 헌신을 통해 자꾸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이라며 “지금껏 살아오는데 늘 거듭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유익한 것이든 힘든 것이든 어떤 경험이든지 간에 그런 마음가짐을, 평생의 신조가 되는 것을 20대에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심쿵약속’시리즈로는 영세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등 결제와 달리 간편결제에선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 등과 관련한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병대 발전 공약으로는 “육군·해군·공군·해병대 ‘4군 체제’로 전환해 해병대 위상을 제고하겠다”며 상륙공격헬기 등 실전성이 검증된 무기 도입을 통한 첨단 장비 전력화를 약속했다.


곽은산·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