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마라탕 안 먹습니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작성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니 중국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며 “마라탕 식당은 대부분 중국인이 운영한다고 해서 앞으로 마라탕을 끊기로 했다. 중국인들 모두 보기 싫다”고 썼다. 게시글에는 “당분간 마라탕, 양꼬치를 안 먹을 것”,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은 모두 중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복 공정’과 ‘편파 판정’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내에 ‘반중(反中)’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반중을 넘은 ‘혐중(嫌中·중국 혐오)’ 정서가 강해지면서 중국 제품은 물론 중국 음식인 마라탕 등을 먹지 않는다는 ‘NO 차이나’ 움직임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해당 업종 상인들은 졸지에 ‘반중 불매운동’ 유탄까지 맞을까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중국인들이 많이 운영한다며 마라탕·양꼬치 식당을 가지 않겠다는 글도 많았다. 자신을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A씨는 한 유명 온라인 카페에 중국 국기를 합성해 만든 ‘NO 차이나’ 이미지를 올리고 “화가 나서 이렇게라도 해야겠다. 앞으로 샤오미 등 중국 제품은 쓰지 않고 칭다오맥주(중국산 맥주), 마라탕도 안 먹을 것“이라고 썼다. 직장인 이모(28)씨도 “어느 나라나 ‘홈 어드밴티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 한복 논란이나 편파 판정 모두 반중 정서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며 “앞으로 베이징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지 않고, 중국에서 개최되는 모든 국제행사도 반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라탕·양꼬치 식당 등 관련 업종 자영업자들은 매출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 B씨는 “올림픽 기사 댓글에 마라탕 식당은 전부 중국인 사장이라며 먹지 말자는 글들이 보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잘 안 되는데 불매운동까지 본격적으로 일어날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반중 정서는 한국에 있는 ‘중국인’으로까지 향하는 모양새다. 온라인에서는 ‘짱깨’ 등의 표현을 쓰며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국인은 원래 다 추잡하다’, ‘한국에 있는 중국인은 모두 쫓아내야 한다’ 등 무차별적인 혐오글도 많다. 아내가 중국인인 이모(41)씨는 “원래 중국인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올림픽을 계기로 폭발한 것 같다. 아내가 중국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내 앞에서 ‘중국인을 보면 때리고 싶다’고 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몰라서 아내에게 밖에서 전화통화 등을 할 때 중국말을 쓰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을 쓰는데 편의점 손님 중 다 들리게 일부러 중국인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림픽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이 위축된 것 같다”며 “(국민들이) 화가 난 것은 이해하지만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불만이 과도한 혐오나 국가 간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쏠린 올림픽에서 논란이 생기다 보니 온라인을 중심으로 분노가 퍼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분노가 감정적으로 격화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하고, 국민들도 분노를 넘은 혐오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