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이른바 ‘황제 의전’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해당 의혹들의 제보자와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언론에 제보한 A씨는 이날 대리인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씨는 정작 중요한 질문,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며 “인정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정작 답하지 않은 질문 ‘법카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기자들을 대신해 되묻고 싶다”고 했다.
야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을 내 “김씨는 경기도 공무원들을 사적 비서로 활용하고 업무추진비 등 공적 자금을 유용한 것, 대리 처방과 관용차 사적 사용 등에 대해 어느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며 “동문서답식 사과”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비서) 채용의 주체이며 불법 이익의 공동수혜자인 이 후보의 관여(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수사·감사를 핑계로 선거일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와 의구심을 결코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 후보와 김씨가 국고로 11년간 사적 비서를 채용해 가사 등을 전담시키며 국민의 혈세를 사적 용도로 유용해 왔고, 그 과정에서 제보자에 대한 갑질·괴롭힘이 지속됐으며, 의혹이 증거와 함께 사실로 공개된 후에도 거짓말을 지속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홍경희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빠진 사이다 같은 기자회견이었다”라며 “말로는 책임을 진다고 하나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김씨는 애매한 표현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간 제기된 직권남용 및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제보자에 대한 사과도 미흡하다”며 “그간 제보자가 받았던 신변의 위협과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공적권력을 사유화한 것”이라며 “특히 국민들의 세금을 본인들의 쌈짓돈 다루듯 유용하고, 공직자를 사적 용무에 활용한 매우 악질적인 행위”라고 역설했다. 이어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위해서도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로 의혹이 규명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