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간 두 번째 4자 TV토론이 11일 저녁 열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양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의 배우자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며 이번 토론에서 이에 관한 공방이 펼쳐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틈새 노리기에 나선다.
한국기자협회 등에 따르면 4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6개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대선 후보 TV토론’에 나선다. 지난 3일 방송 3사 합동 토론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4자 TV토론이다. 1차 TV토론은 3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권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2차 토론회 주제토론에서는 2030 청년 정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평가와 피해 대책 등을 다룬다. 후보들이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상대 후보에게 질문하는 주도권 토론과 언론 공통 질문 등 후보 간 검증을 위한 시간도 마련됐다. 사회는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첫 토론에서 후보들은 ‘네거티브’를 지양하며 정책 중심의 토론을 진행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공통의 취약점인 배우자 논란에 관한 공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두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부동산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문제 등 전방위에서 맞붙었지만, 서로의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두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도 네거티브를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토론회 이후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를 둘러싼 ‘황제 의전’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김씨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고,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주가 조작 추가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 배우자 리스크가 전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틈새를 노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비호감 대선’을 부각하기 위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
윤 후보의 ‘현 정권 적폐 수사’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전이 벌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요구한 데다 여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두 후보 간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2차 토론을 앞두고 첫 토론 당시와 유사하게 각각 정책과 진정성을 강조하는 포부를 내놨다. 이 후보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정책 협약식’ 후 기자들을 만나 TV토론 전략에 대해 “특별한 전략이라기보단 국민 여러분께 ‘위기의 시대에 유능한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의 무능은 죄악이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말씀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은 지난 토론과 마찬가지로 대장동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편 정치 신인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전날 ‘재경전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TV토론은 다른 후보들과 하는 게 아니라 국민께 제가 드릴 말씀을 드리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존재감 부각과 차별화에 집중한다.
안 후보는 ‘과학기술국가’로의 대전환 등 미래 비전에 집중하며 상대 후보들에 대한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토론 주제에 코로나19 방역평가와 대책 등이 있는 만큼 의사 출신인 안 후보는 의학과 방역 등에 대한 전문성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정부의 새 방역지침은 허점투성이”라며 “우리가 사는 시대는 방역 문제가 경제 문제, 방역 리더십이 경제 리더십, 방역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인 시대다. 방역 전문성을 가진 대통령만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의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배우자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이 후보, 윤 후보와 대비되는 ‘가족 리스크 없는 후보’ 이미지와 도덕성을 강조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토론에서 윤 후보 부인 김씨의 7시간 녹취록을 잠시 언급했던 심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상대 후보들에 대한 검증과 함께 ‘내 삶을 책임질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심 후보는 지난 토론에서 김씨 녹취록 중 윤 후보 부부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 편이라고 한 내용을 언급하며 윤 후보의 사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처럼 성 평등 화두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심 후보가 젠더 갈등이 초유의 문제로 부상한 2030 청년 정책과 관련해 어떤 토론을 펼칠지도 주목된다.
오늘 토론회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은 오는 21일과 25일, 다음 달 2일 등 앞으로 세 차례 더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