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판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문 대통령을 대선판으로 불러들인 것은 한때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이다.
뉴스1에 따르면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에 대해 현재 여야 대선 후보가 박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친문(親문재인) 성향 지지층의 집결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과 윤 후보의 전략적 도발에 걸려들었다는 등 각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의 '참전'이 여야 대선 후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는 윤 후보에게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윤 후보의 '집권 후 적폐 수사' 발언도, 이에 따른 문 대통령의 '윤석열 사과 요구' 발언 모두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이 크다는 중론이다.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여야의 지지층은 이미 결집돼 있어 양측의 발언은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 낮은 중도층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현재 '정권교체' 여론만으로는 대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이에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쐐기를 박아야 했고, 이를 위해 윤 후보가 적폐 수사 발언을 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윤 후보의 의도대로 풀릴지는 몰라도 그런 의도가 성공하면 중도층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금 문 대통령과 윤 후보가 '적폐'로 싸우고 있다"며 "적폐는 권력형 비리와 연결된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의 시점으로 전선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윤 후보를 누가 (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참전으로 이번 대선이 현직 대통령 대 야당 후보간 대결로 변화하면서 문 대통령과 거리두기로 차별화를 시도했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vs 윤석열' 대결 구도는 흔들리는 중도층에게 '문재인=이재명 vs 윤석열' 구도로 좁혀지면서 진영 대결을 가속해 최근 현 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을 해왔던 이 후보의 차별화 전략이 희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분노 표출은 대선 막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여야 후보 단일화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권 심판론을 내건 안 후보로서는 더이상 민주당과 접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엄기홍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점에서 중도층의 관심은 이미 떠났다고 보인다"며 "문 대통령의 반응으로 이 후보가 약점으로 꼽히던 친문(親문재인), 친노(親노무현) 진영과 확실한 공통분모를 이루며 유리한 각도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번 사태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일단 상대방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데만 주력하고 있다. 이미 쏟아져버린 발언을 주워담을 수 없는 만큼 지지층만은 확실하게 잡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과 관련해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성취를 야당 대선 후보가 부정하는 듯한 언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금 윤 후보 본인과 배우자 김건희씨, 장모 최씨에 대한 여러 가지 적폐가 쌓이고 있다"며 "윤 후보는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말할 게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적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이 합작해 제1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불법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지금은 선거개입을 할 때가 아니다. 방역에 집중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문 대통령이 자화자찬한 K-방역은 사실상 완전히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개입이 아니라 민생의 비상 상황을 자각하고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