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 병 환자, 정월대보름에 오곡밥 피하고 나물은 싱겁게

신장 질환자, 단백질·칼륨·인 등 제한적 섭취해야
고혈압·당뇨병, 전체 만성 콩팥병의 50%가량 차지
나트륨·당분, 적게 섭취…혈압 상승·몸 붓기 막아야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과 나물들. 게티이미지뱅크

 

오늘은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다. 이날은 우리나라 고유 명절로 부럼을 깨물어 액운을 쫓고, 오곡밥과 약밥, 묵은 나물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정월대보름에는 찹쌀, 차조, 붉은팥, 찰수수, 검은콩 등 5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는다. 이러한 잡곡밥은 섬유질을 비롯해 칼륨, 인 등 영양소가 풍부해 흰쌀밥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장(콩팥)에 문제가 있다면 단백질이나 인, 칼륨 등 영양소를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오곡밥보다 흰쌀밥을 먹는 것이 좋고, 나물 역시 가급적 싱겁게 간을 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장은 콩과 팥을 닮았다고 해 콩팥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본인의 주먹 정도 크기로 무게도 개당 300g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서 소변으로 배출시켜 주는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콩팥 질환은 크게 ‘급성 콩팥 손상’과 ‘만성 콩팥병’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최근 만성 콩팥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약 17만여 명에서 2020년 약 26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만성 콩팥병은 보통 3개월 이상 콩팥이 지속적으로 손상되거나 콩팥의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이지은 과장은 “나이가 들수록 콩팥은 노화가 시작되며 조금씩 쪼그라들면서 크기도 작아지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딱딱해지면서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콩팥은 대부분 혈관으로 이뤄져 있어 고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콩팥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당뇨병으로 혈당이 높아지면 콩팥에 손상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전체 만성 콩팥병의 50%가량을 차지한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70% 이상 감소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 소변에 거품이 잘 생기는 경우 콩팥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40대 이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가 권장된다. 

 

또한 보통 흰쌀밥보다 잡곡밥이 건강에 더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콩팥 기능이 저하된 경우 단백질이나 인, 칼륨 같은 영양소를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해 흰쌀밥을 먹는 것이 좋다. 

 

이 과장은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에서 쓰이고 남은 칼륨과 인을 소변을 통해 배출하지 못해 체내에 축적된다”면서 “신장이 안 좋은 경우 칼슘과 인 성분을 조절하는 약제를 처방하거나 단백질이나 나트륨, 칼륨, 인 성분의 영양소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중요시한다”라고 말했다. 

 

칼륨이 많은 시금치, 토마토 같은 채소와 과일은 삶거나 데쳐서 칼륨 성분이 빠져나간 후 먹어야 한다. 잡곡밥이나 곰탕처럼 뼈를 우린 국물, 유제품, 견과류, 카페인 식품에는 인이 많이 함유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단백질을 제한하는 식단은 자칫 영양결핍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의해 식단을 결정하면 된다. 

 

이와 함께 만성 콩팥병 환자는 나트륨과 당분을 가급적 적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인과 비슷한 양의 소금을 섭취하면 혈압이 상승하고 몸이 부어 콩팥이 더 빨리 나빠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0년 국민 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나트륨을 권장량(2300mg) 이하로 섭취하는 비율은 국민의 33.1%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약 7명이 권장량보다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오곡밥과 곁들이는 나물 요리도 조리 특성상 소금,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염분이 많이 들어간다. 가급적 싱겁게 간을 하고 적정량의 식초나 고춧가루, 마늘 등으로 맛을 내는 것이 좋다.

 

나물 요리의 재료가 되는 채소 속 칼륨도 조심해야 한다. 버섯, 호박, 시금치 등보다 상대적으로 칼륨 함량이 적은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칼륨은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요리할 때 잘게 썰어 물에 2시간 정도 담갔다 사용하거나 끓는 물에 데친 후 여러 번 헹궈서 조리하면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