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7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전쟁이 개시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정세와 금융시장 불안에 원·달러 환율은 다시 1200원에 육박했고, 코스피는 2700선이 붕괴됐다. 정부는 국내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전거래일보다 2.36달러(2.5%) 상승한 배럴당 95.46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9월 3일(95.54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4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6달러를 넘어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가 급등한 것은 전쟁 임박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미국대사관을 폐쇄하고 서부 르비브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럽 지도자들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을 16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6일이 공격의 날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원유 시장 관계자들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일시적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1120만배럴에 달한다.
블루라인 퓨처스의 필립 스트레이블 시장 전략가는 “만약 서방과 러시아 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유가가 쉽게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니산트 부샨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특히 팬데믹에서 경제가 회복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 유가가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수출입 물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2015년 100)는 132.27로 석 달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유가 하락과 함께 각각 1.0%, 2.0% 하락했으나 3개월 만에 4% 넘게 반등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0.1%나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해 국내 물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국내 외환시장과 증권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7원 오른 1199.8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일 1190원을 넘은 뒤 계속 상승해 최근 1200원선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부담에 러·우크라 긴장 고조로 당분간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27.94포인트(1.03%) 하락한 2676.54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10일 2771.93까지 오르며 2800선에 근접했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2700선까지 뚫리고 말았다.
정부는 이날 제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조치를 점검했다.
정부는 실물경제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유사시 즉각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관별 행동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울러 군사적 충돌이나 서방의 제재 등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어 신속 대응하고, 비상대응TF를 중심으로 주요 지표 동향과 대응조치 상황을 일 단위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