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악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세계 증시는 연일 하락세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4일(현지시간) 장중 10% 이상 치솟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른 것이다.
전쟁이 촉발하고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 에너지 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는 더 빨라지고, 경기는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 지난주 40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한국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한다. 제품 생산원가가 올라가면서 국내 물가가 급등하고, 수출기업은 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급등한 국제유가가 반영되기 시작하면 최근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인 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이미 위태로운 요인이 수두룩하다.
재정정책 확대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정부부채와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유동성으로 떠받치던 한국 경제의 어두운 민낯이 언제 드러날지 모른다는 뜻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중장기 재정건전성 유지 방안’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팽창한 재정 지출과 수지 불균형 만성화에 따른 재정적자를 방치하면 다음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약 20%포인트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재정 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이 연쇄적으로 부도 위험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을 내 투자)’의 후유증으로 인한 빚의 복수를 경고하는 전문가도 적잖다.
더욱이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소득 불평등도는 나빠지고, 저출산과 생산성 저하로 인한 잠재성장률 회복도 여의치 않다.
회색 코뿔소(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한 위험)가 결국 코앞으로 다가온 건 아닌지 걱정되고, 퍼펙트스톰(한꺼번에 닥치는 경제위기)의 공포감마저 스멀거린다.
안개가 자욱한 바닷가를 항해하는 한국호에 등대의 불빛 같은 경제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서 희망을 찾는 건 쉽지 않다. 대선의 주요 이슈는 네거티브 아니면 단일화와 같은 정치공학일 뿐이다.
정책 의제조차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우선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정책보다는 근시안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정책들만 쏟아낸다. 포커판에서 베팅하는 도박꾼처럼 여야는 묻지마 예산 증액 경쟁이다. 정치권이 위기의 구원투수는커녕 되레 불을 지르는 불펜투수가 된 꼴이라는 것이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정치판과 다르지 않다. “거대한 혜성이 우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고!”라며 주인공이 몇 개월 뒤에 다가올 종말의 위험성을 외치지만, 선거에 꽂힌 대통령과 정치권은 ‘돈룩업파’와 ‘룩업파’로 진영이 갈려 대립할 뿐이다.
이대로 가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길을 우리가 답습할 수 있다.
이제 냉철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런 지도자를 원하는 표심이 실제 적잖고, 초유의 박빙 구도인 이번 대선에 그들이 진정한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