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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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단일화 재촉에도 尹 침묵하는 까닭은?

시간 갈수록 안 후보 지지율 하락 예상 /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 지지층 집결 주력 / 윤석열의 화끈한 '담판 방식' 관철 포석이란 관측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 취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 촉구에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며 사실상 침묵하는 모양새다.

 

시간이 갈수록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예상되고,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 지지층 집결 등에 주력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안 후보측은 지난 13일 처음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제안한 뒤로 연일 윤 후보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단일화 결렬'까지 언급하는 등 국민의당은 사실상 배수진을 친 상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13일부터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단일화에 대해선 제가 언급하지 않겠다", "더는 말씀 드릴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며 "급하지 않다"고 했다. 실무협상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협상팀도 없고 논의도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선대본 관계자에 따르면 권 본부장은 14일 단일화와 관련해 일체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선대위 참모들 사이에서 안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권 본부장이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침묵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하락세를 보이는 안 후보의 지지율인 것으로 보인다.

 

칸타코리아가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의뢰로 12~13일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8.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3.2%, 안 후보는 8.4%를 기록했다.

 

윤 후보와 이 후보는 각각 3.3%p, 2.2%p상승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3.7%p하락세를 보였다.(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 위원회 참조)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보다 3배정도 높다. 물론 야당 후보 적합도를 보면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높게 나오지만 그래도 거대 야당의 후보인 윤 후보가 서두르거나 연연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여기서 더 떨어지면 단일화가 급한 건 윤 후보가 아닌 안 후보라는 계산도 작용한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돌리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이미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간 격차가 10%p이상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당 안팎에서 돌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번에는 국민의힘 쪽에서 단일화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윤 후보가 독자적으로 홀로해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지층 결집부터...安지지율이 尹에게 100%갈까?

윤석열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경부선 하행선을 따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윤 후보는 평소와는 달리 여러 일정 이후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윤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언급도 들을 수 없었다.

 

이는 단일화로 이슈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 공식 선거운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가 각각 3.3%p, 2.2%p 상승했다는 것은 양 진영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세를 몰아 20여일 남은 대선에서 전국을 돌며 집토끼와 더 나아가 중도층을 공략하는데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지층 결집부터 공고히 한 뒤 단일화에 나서도 늦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단일화를 할 경우 윤 후보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엔 4자 대결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윤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30.1%, 부동층으로 바뀌는 비율은 36.1%, 이 후보로 이동하는 경우는 25.1%였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4자 대결에서 윤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67.6%에 달했고 부동층으로 바뀌는 비율은 27.8%, 이 후보로 이동하는 경우는 0.9%였다.

 

즉,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윤 후보의 지지층은 안 후보로 60%이상 가지만 반대로 윤 후보로 단일화 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율은 윤 후보에게 그만큼 안 간다는 이야기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로 양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 후보 입장에선 여러가지를 감수하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존에 흩어진 지지층을 끌어 모으고 중도층을 공략한다면, 굳이 확신이 없는 안 후보의 지지층을 안는 것보다 더 나을거란 계산도 가능하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뉴시스에 "서울시장 선거 때는 오세훈-안철수간 개별 지지율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단일화에 대한 절박성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 윤 후보와 안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큰데다 윤 후보 쪽으로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간다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결국 단일화의 키는 윤 후보가 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자체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하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가 원하는 방식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오세훈 단일화처럼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오 후보는 적합도 질문(단일 후보로 누가 적합한가)을, 안철수 후보는 경쟁력 질문(여당 후보를 상대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가)을 주장했다.

 

당시 '적합도'를 묻느냐, '경쟁력'을 묻느냐, 민주당 지지자들을 넣느냐 빼느냐(역선택)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해지자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합산하는 혼용 방식을 택했다. 민주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조항은 넣지 않았다.

 

2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이틀간 총 3600개의 표본을 조사했고 각각의 여론조사기관에서 1600개(경쟁력 관련 800개 표본, 적합도 관련 800개 표본)을 구분해 조사하는 합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였고, 오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건 담판론이다. 여론조사가 아닌 과거 DJP(김대중,김종필)연합 같은 공동정부 형식을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이 윤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선택하는 이른바 역선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보다 3배정도 높다. 하지만 야당 후보 적합도를 보면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높게 나온다.

 

때문에 여론조사를 어떤 문항으로 실시하더라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본선경쟁력이 있는 윤 후보보다는 안 후보를 역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연일 윤 후보의 응답을 재촉하는 지금 상황이 안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급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란 지적도 있다.

 

자신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윤 후보가 '담판식'외에는 응답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안 후보 입장에선 담판식에 대해서도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