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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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보수 최대 텃밭’ 강남3구서 총력전… 2030 표심 구애

15일 영남 이어 서울서 유세

학원가·기업 몰려 있는 강남역 찾아
“청년 구제는 대한민국 구제하는 것”

택시업계 만나 ‘전국 호출 공공앱’ 약속
젊은층 비율 높은 스타트업 거센 반발
“민간이 만든 것을 국가가 빼앗으려 해”
‘혁신창업국가 건설’ 주장과 배치돼 논란
‘엄지척’ 인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운데)가 16일 서울 강남역 인근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인사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6일 서울 강남역과 송파구 잠실에서 거리유세전을 펼치며 자신의 취약층인 청년 표심 구애에 나섰다. 전날 경부 상행선을 따라 부산, 대구 등 영남지역을 훑은 데 이어 서울에서도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 3구’부터 공들이는 셈이다. 다만 ‘친기업’을 표방한 이 후보가 집권시 정부 주도로 전국 단위 택시호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이날 공언하면서 젊은층 비율이 높은 스타트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택시업계 표심을 잡으려는 발언이었지만, 청년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혁신창업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이 후보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강남 올인’에 대해 “상대(국민의힘)의 본진부터 차례로 설득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역 주변은 학원과 기업이 몰려있어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과 30·40대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다. 이 후보는 강남역 거리유세에서 “여기 계신 청년들 표를 받겠다는 얍삽한 수가 아니다”라며 “청년들을 한쪽 편만 들어서 싸움시킬 게 아니라 기회를 늘려야 하고,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도전해서 실패해도 재도전하는 시스템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아픔의 최종적 희생자인 청년을 구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대한민국을 구제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는 이 후보가 이날 오전 택시업계를 만나서 한 발언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어서 당 내부에서도 일부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오전 강남구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열린 개인택시운송 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택시 호출 앱이 원래는 (수수료) 무료로 시작했지만 꼭 ‘배달의 민족’하고 같아서, 처음에는 무료로 시장을 확대한 다음에 거의 독점 상태가 됐다”며 “플랫폼 회사는 플랫폼으로 중개만 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잘 되는 것을 골라서 직접 하는 것은 불공정 경쟁이라 전국 단위의 택시호출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지사 시절 ‘공공배달앱’을 만들었던 사례를 거론하면서 “불공정이 소수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다수 서민 대중에게는 피해를 준다”며 “부당하게 억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정치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열린 개인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당장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은 2020년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타다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만들어 서비스 운영에 제동을 건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장의 요구를 파악해 선도적으로 창업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이 만든 것을 국가가 뺏어가겠다고 하면 누가 이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겠나”라며 “기업이 잘되면 세금을 많이 내고, 그런 선순환 구조를 통해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인데 정부가 직접 사업을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러다가 대선에서 이기면 각 업종마다 ‘공공 ×××’를 만들겠다고 할까 봐 겁난다”고 걱정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택시에 한해서 플랫폼 사업자와 상생 협력하는 방안을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공공택시 앱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먼저 약속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공이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이 따로 있는 건데 너무 침범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하루는 기업 만나서 ‘친기업’이라고 하고, 또 다른 날에는 ‘공공’ 뭐를 하겠다고 하면 진정성이 퇴색될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최형창·이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