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6일 호남에서 출발해 충북을 거쳐 강원까지 국토를 우상향하는 경로로 이동하며 유세를 이어갔다. 전날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선 라인을 따라 우하향한 데 이어 ‘×자’ 동선을 그린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호남지역에 공들이고 있는 윤 후보는 “제겐 지역주의라는 것 자체가 없다”며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 거점유세에서 호남이 여권의 전통적 표밭이었음에도 경제 발전 측면에서 낙후돼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입만 열면 광주·전남을 발전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광주지역 국내총생산(GDP)이 전국 몇 위인가, 꼴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강조하며 “국민 화합과 통합을 이루고, 이를 발판으로 대한민국의 번영과 광주의 발전을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호남 출신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거론하기도 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시 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여권으로부터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받은 윤 후보는 이날 “보복 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하지도 않을 거니까 그런 엉터리 프레임으로 위대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설 연휴 전후로 호남 230만가구에 손편지를 보낸 일을 두고는 “호남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30대 청년이 윤 후보의 편지에 대한 답신을 공개 낭독했다. 이 청년은 “MZ세대는 내게 그늘이 될 공약과 사람을 보고 선택하는 세대”라며 “앞으로도 많은 청년에게 힘을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윤 후보의 유세를 지켜본 광주 서구 주민 박모(30)씨는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이 크다. 윤 후보도 아내 논란이 있지만 청년들을 더 신경 써준다는 느낌”이라며 “이번엔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이 말한 호남 득표율 20%를 찍는 선거가 돼도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윤 후보를 비판하는 글귀가 담긴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북 전주로 이동한 윤 후보는 전주역 앞 유세 연설에서 “민주당은 선거 전문 정당 같다”며 “선거 때만 되면 예외 없이 아주 예쁜 옷을 입고 나타나서, 과자도 들고 나타나서 이거 준다, 저거 준다 해놓고 그래서 수십년 동안 달라진 게 있나”라고 ‘호남홀대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윤 후보는 또 “부정부패는 부정부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약탈행위”라고 거듭 역설했다.
윤 후보는 충북 청주 유세에선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현 정부의 ‘방역실패론’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 이 시내에도 정부의 무모한, 비과학적이고 엉뚱한 방역 정책으로 피해 보신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정말 많다”며 “2년간 국민들 계속 마스크 쓰고 거리 두게 하고, 음식점에 몇 명 못 들어가게 시간 제한하고”라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 너무 착하고 정부 정책을 잘 따라줬다”며 “K방역은 국민의 방역이지 민주당의 방역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인파 속에서 “윤석열”을 연호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저녁부터 시작된 강원 원주 유세에서 윤 후보는 “이 정권이 (관련) 사건을 다 덮지 않나. 왜 그렇겠나”라고 물으며, “특정인의 비리가 아니라 정권 전체가 함께 저지른 공범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