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우커쑹 야구장과 올림픽 유산 [송용준 기자의 동티엔 베이징]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2008년 올림픽 야구 우승한 경기장
철거후 ‘화시 라이브’라는 공원 조성
박태환 금메달 땄던 아쿠아틱센터
이번 대회 컬링 경기장으로 재활용
‘평창의 유산’ 골칫덩이 전락과 대조
사진=AP연합뉴스

공교롭게도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2022 동계올림픽을 모두 현장에서 취재하는 영광을 얻었다. 14년 만에 다시 베이징을 찾게 되면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2008년 9전 전승 우승한 한국 야구대표팀의 기운이 서려 있는 우커쑹 지역이었다. 야구 전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기에 임시로 지어진 우커쑹야구장이 이미 철거된 것을 알면서도 그 현장이 궁금했다.

다행히 폐쇄 루프 속에서도 우커쑹을 갈 수 있었다. 야구장 자리 바로 옆 2008년 남자 농구가 펼쳐졌던 우커쑹체육관에서 이번 대회 여자 아이스하키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설렘 속에 우커쑹으로 향했지만 아쉽게도 높은 담장에 가려 야구장이 있던 곳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나마 돌아오는 버스가 우커쑹 지역을 한 바퀴 돌아 나와서 멀리서나마 인근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큰 건물들이 들어섰고, ‘화시 라이브’라는 공원이 조성돼 사람들로 붐볐다. 스포츠를 테마로 한 야외공연장과 레저 시설, 쇼핑몰, 녹지가 결합한 복합공간이란다. 중국인들에게 야구장이 큰 의미가 없겠지만 당시의 감격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 이에게는 격세지감이다.

이렇듯 올림픽이 열렸던 시설과 공간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를 ‘올림픽 유산’(Olympic legacy)이라 부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개최도시의 올림픽 유산 관리를 크게 신경 쓴다. 역사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림픽을 위해 무리한 시설 투자를 했다가 파산한 도시들이 생겨나는 부작용이 큰 이유다. 그래서 IOC는 개최도시에 최대한 기존 시설 활용을 권장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시설에 대해서는 대회 뒤 활용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베이징은 2008년 하계 대회 때 지어진 많은 시설을 이번 동계 대회에서 재활용하고 있다. 우커쑹체육관은 물론, 개폐회식 공간인 국립경기장이 2008년 당시 주경기장이었고, 남자 아이스하키가 한창인 국립실내경기장은 체조경기장이었다. 컬링이 열리는 아쿠아틱센터는 2008년 박태환이 한국 수영사상 첫 금메달을 땄던 곳이다. 역대 최초로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도시라는 특성이 유산 재활용이라는 장점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 4년 전 국민에게 멋진 추억을 남겼던 ‘평창의 유산’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아쉽게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강릉하키센터, 스피드스케이팅장, 슬라이딩센터 등 7개 시설이 올림픽 후 3년간 총 135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해 지역의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 유산이 좋은 추억과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시설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