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라스트프런티어호텔 수영장에서 유명 흑인 가수 겸 배우 도로시 댄드리지는 참기 힘든 모욕을 당한다. 흑인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호텔 규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가 물에 발을 담그자 백인들이 들고일어났고, 결국 호텔 측은 수영장 물을 모두 빼고 다시 채웠다. 1965년까지 존속된 ‘짐 크로법’이라는 흑백 분리 정책은 수영장에서도 엄격히 적용됐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흑인이 유독 수영에서만은 그렇지 못한 것은 경제적·사회적 접근성 격차 때문이다. 1950~1960년대 미국에서 수영이 스포츠로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전국에 2000여개의 수영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종 차별 때문에 흑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 많았다. 지금도 흑인 거주지에는 실내수영장이 흔하지 않다. 2010년 미국 멤피스대학 조사에서 흑인 아이들의 68.9%는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영장 익사율도 백인 아이보다 5.5배가 높았다.
겨울스포츠 행사에 흑인 인구 참가 비율이 적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동계스포츠는 국가나 개인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흑인들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겨울스포츠를 연마하는 데 어떤 경우에는 골프나 테니스보다 경제력이 더 필요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선수단 225명 중 흑인은 7명(3.1%)뿐이다. 지난해 여름 도쿄올림픽에서는 627명 중 129명(20.5%)이 흑인 선수였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전체 2952명의 선수 중 1.45%인 43명만이 흑인이었다.
전체 국가로 넓히면 흑인 비율은 더 줄어든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를 출전 시킨 아프리카 국가는 다섯 곳뿐이다. 그나마도 각각 한 명뿐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서양 선진국들이, 그중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겨울스포츠와 친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 언론인 윌 브라운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선 메달의 90%를 단지 9%의 국가들이 가져갔다”며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한다’는 올림픽 이념은 허구”라고 꼬집었다. 인종 불균형 문제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불편한 진실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