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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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아동학대 매년 증가, 3년 새 6973건… 도 대응체계 구축

전북 익산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송모(25)·방모(23)씨 부부는 지난해 2월 생후 2주 된 아들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침대에 내던지고 손바닥으로 얼굴, 허벅지, 발바닥 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결과 이 부부는 울음 외에 어떤 표현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가 폭행에 따른 충격으로 숨을 헐떡이고 경기를 일으키며 생사를 넘나드는 사이에도 지인을 집으로 불러 술을 마시고 고기를 구워 먹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아이의 얼굴에 생긴 멍을 빨리 없애는 방법 등을 검색하고 아동 학대 사실이 밝혀질까 봐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상태가 위중해진 아들은 결국 뇌출혈(두피하출혈)과 정수리 부위 두개골 골절 등에 따른 머리 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결국 이들은 나란히 법정에 서게 돼 대법원은 17일 친부 송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한 2심의 형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부인 방씨는 대법원 재판 중 상고를 포기해 2심의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이런 아동학대와 신고 건수는 전북지역에서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6973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1993건이던 것이 2020년 2453건, 지난해 2527건으로 증가추세다.

 

이중 실제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총 5674건으로 신고 건수의 81.4%를 차지했다. 2019년 1720건, 2020년 2086건, 지난해 1868건이다.

 

아동인구 1000명당 학대 피해를 본 아동 수를 뜻하는 ‘피해 아동 발견율’은 7.4%로 전국 평균 4.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조자영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피해 아동 발견율이 높다는 것을 숨겨진 학대 발견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만큼 정부도 국내 학대 피해 아동 발견율이 호주 10.1%, 미국 9.2%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어서 이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과 관련, 전북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아동학대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대응 체계를 구축해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동안 민간이 수행하던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각 시군으로 이관하고 14개 시군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48명과 아동보호 전담 요원 39명을 배치했다.

 

아동 학대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어린이집·유치원·학교 결석 영유아와 검진 미수검 아동 등 위기아동으로 의심되는 1273명에 대해서는 가정방문을 통해 안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아동학대 담당자 입문교육을 기존 80시간에서 160시간으로 2배 늘렸다. 또 경력자 보수교육(40시간)과 전담공무원·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 합동 교육(16시간)을 신설했다.

 

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현재 4개소에 운영 중인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연내 군산, 익산, 김제, 장수, 부안 등에 5개소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피해 아동 치료와 사례 관리 등을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올해 전주에 1개소를 늘려 총 6개소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아동 인구 대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전국 2번째,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설치율을 전국 4번째로 각각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데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특히 학대로 의심되는 아동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