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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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 발언에 靑 ‘발끈’

‘李안방’ 경기·서울 누비며 文정권에 맹폭
부동산 실정 집중 질타 수도권 표심 공략
“집값 폭등 고의적… 세금으로 다 빼앗겨”
청와대 관계자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대장동·백현동 의혹 등 거론 李 작심비판
‘유능한 경제 대통령’ 겨냥 “불법에 유능”
“그대로 두면 민주당, 암 걸린다” 주장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화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셋째날인 17일 경기도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안방’ 격인 경기도와 서울을 누비며 여권과 이 후보를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등 각종 의혹과 현 정권의 부동산 실정을 집중 질타했다. 부동산 문제에 특히 민감한 수도권의 표심을 고려한 유세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현 정권 인사들을 과거 나치 독일의 히틀러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등 파시스트들에 비유하자 청와대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 중앙시장 앞에서 가진 거점유세에서 이 후보의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겨냥, 대장동 의혹을 언급하며 “불법에 유능하단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후보가 ‘위기에 강하다’고 강조하는 것을 두고도 “이 위기를 누가 만들었나, 민주당이 만들고 후보가 만든 위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전(前) 정권 적폐 수사’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그 사람들(여권)은 법과 원칙에 내편 네편 가릴 것 없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하니 자기들에 대한 정치보복을 한다고 한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자기가 지은 죄는 남에게 덮어씌우고, 자기 죄는 덮고, 남에게는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게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청와대는 윤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대통령은 공정하고 안전한 선거를 치르도록 요청하며 코로나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에 사력을 다하는데, 윤 후보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며 “문 대통령이 파시스트, 공산주의자라면 대한민국은 무엇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선거라지만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는 윤 후보의 발언에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라고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경기 용인 테이스티 애비뉴 옆 공터에서 열린 ‘역동적 혁신성장 대한민국 만들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용인=뉴시스

윤 후보는 용인 유세에서도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겨냥해 “부동산 정책을 도대체 28번을 낸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이 사람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랬다고 보지 않는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역설했다. 윤 후보는 “집값을 올려서 운이 좋아 집을 갖게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이 없는 사람은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상식에 맞춰서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검사 생활 26년을 하면서 기득권 세력의 비리·이권 카르텔을 진보·보수 안 가리고 네편 내편 안 가리고 연구해온 사람”이라면서 “민주당이 그동안 해온 짓은 제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성남FC 후원금 및 두산건설 특혜’ 의혹도 정조준했다. 윤 후보는 또 민주당을 향해 “이런 걸 뻔히 알면서도 (이 후보를) 집권여당의 후보로 선출한 당”이라며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내 운동권 세력을 겨냥해서는 “80년대 운동권 족보, 그 족보의 자녀들까지 다 끼리끼리 자리해 먹고 이권을 받아먹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거 그대로 놔두면 이 당(민주당)이 암에 걸려 제대로 헤어나지 못 한다”고 일침을 놨다.

 

윤 후보는 성남 야탑역 인근에서 한 유세에서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언급하며 “인구 100만의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의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또 “2017년(제19대 대선)에 ‘사람이 먼저’라고 했는데, 지금 사람이 먼저인가”라면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을 언급하며 “좌파 이념만 충실히 따르고 민주당만 지지하면 세금 걷어 기본소득 주고 대충 살게 해주마, 이것이 사람이 먼저인가”라고 문재인정부를 직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송파 잠실동 석촌호수 앞 유세에서 두손을 들어올리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유세에서도 화두는 부동산 문제였다. 윤 후보는 송파 석촌호수 인근 유세에서 “여기 집 한 칸 갖고 사는 사람들, 집값 올라간다고 부자가 된 것인가”라며 “세금으로 다 뺏기지 않나. 이제 더 이상 이런 것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힘 주어 말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 사람들이 경제에 성공하고 집값을 잘 잡았다면 그 자체가 비정상”이라며 “이 사람들은 상식이 없고,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히고, 그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만 공직·이권을 나눠 먹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여기서도 윤 후보는 “무도한 민주당을 심판해 달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서초 유세에선 “민주당이 서울시를 10년 장악하는 동안 어떻게 했나”라며 “추진되는 재건축·재개발도 다 중단시키고, 세금은 무지하게 때린다. 다주택자는 아주 범죄인 취급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이 지난 정권보다 600조∼700조원을 더 썼다며 “국가재정과 세금을 이렇게 써서 도대체 뭘 했나”라고 따졌다. 운집한 인파가 “윤석열”을 연호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운데)가 17일 서울 종로 동묘앞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세에는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최재형 후보와 이날 윤 후보와 회동을 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함께했다. 뉴스1

이어 윤 후보는 종로 동묘앞역 인근 거점유세에서도 민주당과 이 후보를 맹비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또 다시 지적하며 “이번 대선은 민생과 경제, 미래가 사느냐 죽느냐를 가르는 선거다. 정치신인인 저는 누구에게도 부채가 없고, 오로지 저를 불러내 이 자리에 세워주신 국민께만 부채가 있다”고 역설했다. 윤 후보는 이날 곳곳에서 자신의 ‘선거 동기’인 3·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들(안성 김학용·서초 조은희·종로 최재형 후보)과 함께했다.


김주영 기자, 안성·용인·성남=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