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 막판, 적진의 ‘심장’을 꿰뚫는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아들’을 내세워 보수의 심장 TK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의 ‘호남 홀대론’을 부각하며 민주당의 심장 호남을 파고들고 있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TK 득표율 최고치는 21.7%(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보수진영 후보의 호남 최고치는 10.5%(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같은 ‘마의 벽’을 뚫는 후보가 대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다시 30%로 상향 조정한다”고 선언했다. 당초 20%던 목표를 25%로 한 차례 높인 데 이은 추가 상향이다. 이날 발표된 리서치뷰의 대선 후보 다자구도 여론조사(15∼17일 조사)에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33%로 집계돼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그간의 ‘호남 구애 총력전’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설 연휴 전후로 호남에만 직접 쓴 손편지 230만장을 보내고, 지난 16일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내걸며 지역민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등 ‘서진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내부에선 TK 30%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앞서 송영길 대표는 TK 40%, 부산·울산·경남(PK) 50%를 목표로 하는 ‘영남권 4050 플랜’을 제시한 바 있지만, 당 안팎에선 ‘TK 30%’만 돌파해도 크나큰 성과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 후보는 TK 공략을 위해 “TK가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강조하며 애향심에 호소하는 동시에 “박정희 정책이든 김대중 정책이든 가리지 않겠다”며 ‘국민통합’을 내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이날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TK 30% 지지율을 얻으며 목표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윤 후보는 이날 상대의 ‘본진 털기’에 맞선 ‘텃밭 다지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를 내걸고 전남 순천·목포·나주, 광주를 차례로 방문했다. 윤 후보는 경북 상주를 시작으로 김천·구미·칠곡, 대구를 찾았고, 특히 구미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며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한편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존의 초접전 양상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다자대결 여론조사(15∼17일)에서 윤 후보는 41%, 이 후보는 34%로 나타났다. 전주만 해도 1%포인트에 불과했던 격차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넘어서는 7%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리서치뷰 다자대결 또한 윤 후보 48%, 이 후보 39%로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