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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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1시간 연장 체감 못 해”… 자영업자, 자정까지 ‘점등 시위’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놓고 반발 여전

“애매하게 늘리니 손님 안 늘어
자정까지 장사할 수 있게 해야”

코자총, 촛불 문화행사 등 진행
“시간제한 안 없애면 시위 지속”

인권단체, 코로나 사망자 추모활동
개학 앞두고 교실 방역 새학기 개학을 열흘가량 앞둔 22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교실에서 학교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 21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강남역 인근의 먹자골목. 거리에는 식당과 호프집 등이 즐비했지만 매장에 앉아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골목 안쪽에 있는 한 삼겹살집에 들어가니 불판은 모두 차갑게 식어있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안모(65)씨는 “지난 주말부터 영업제한 시간이 한 시간 연장됐지만 주말 동안 10팀 정도밖에 못 받았다. 오늘 저녁에도 한 팀만 왔다”며 “애매하게 한 시간만 늘리니 손님이 안 늘어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씨는 결국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기도 전에 간판불을 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됐지만 저녁 장사 매출 비중이 큰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정부는 이들의 고통을 감안해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했다는 입장이지만, 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술집 등 ‘2차’ 장사를 주로 하는 가게들은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10시까지로 늘어난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1차로 식사를 한 뒤 다른 가게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호프집 사장 원모(47)씨는 “지난 주말에 오히려 그 전보다 장사가 더 안됐다. 20만원도 못 팔았다”며 “영업시간이 늘어나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순댓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모(55)씨도 “예전에는 새벽까지 영업을 해서 늦게 식사를 하거나 2차로 술 한잔하러 오는 사람도 많았는데 10시까지는 시간이 애매하다”며 “자정까지는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매장 수용 인원을 제한해서 밀접도를 낮춰야 감염 우려도 적을 텐데 엉뚱하게 영업시간을 제한하니 골목 안쪽 가게는 사람이 없고 손님이 많은 중심부 매장의 밀집도는 커진다”며 방역정책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오후 11시까지 영업시간을 늘려줬을 때는 매출이 그나마 조금 늘었다”며 “정부가 요즘 확진자 방역정책은 완화하면서 왜 유독 영업시간만 제한하며 자영업자들만 볼모로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한 음식점에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소속 상인들이 영업 시간 제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점등 시위를 하도록 권고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일부 자영업자는 영업시간 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단체 행동에 나섰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유흥음식중앙회 등 14개의 자영업자 단체로 이뤄진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전날 오후 9시30분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인근에서 촛불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자신의 매장에 불을 켜놓는 점등시위를 벌였다. 단체는 당초 24시간 영업을 강행키로 했다가 가게에 불을 켜놓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민상헌 코자총 대표는 “홍대 쪽에서만 30여곳의 가게가 점등시위를 했고 전국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영업시간 제한 철폐와 손실보상 100% 지급과 같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전국에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권·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에 대한 추모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은 22일 서울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란 감염병 상황에서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지만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에 애도와 성찰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 코로나19 사망자 추모 공간을 만들고, 다음 달 5일 추모문화제를 진행하는 등 ‘애도와 기억의 장’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단체는 “애도와 기억의 장을 통해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밝히고 변화가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내일로 이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