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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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생물다양성 큰 ‘안개무늬날개깔따구’

입력 : 2022-02-24 23:31:46
수정 : 2022-02-24 23: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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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따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2020년 한여름 수돗물에서 벌레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깔따구라는 이름을 접해본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2020년 인천의 한 정수장과 가정집에서 발견된 곤충을 수거해 형태 및 유전자 분석을 통해 종 판별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안개무늬날개깔따구(Chironomus kiiensis)’가 사건의 주범임을 알 수 있었다.

파리목 깔따구과는 전 세계적으로 1만종 이상이 기록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400종이나 밝혀진 생물다양성이 매우 큰 곤충류이다. 깔따구과의 유충은 수중생활을 하며 호수, 해양, 하천에 이르기까지 물이 있는 환경이라면 어디에서나 살아갈 수 있다. 히말라야산맥 5600m 고지, 수심 1000m 이상 바이칼 호수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안개무늬날개깔따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깔따구 종류이다. 물고기나 개구리 등 물속 생물들의 중요한 먹이가 되기도 한다. 성충의 길이는 11∼15㎜ 정도이고 시맥(날개맥)의 얼룩무늬가 특징이다.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단계를 거치는 완전변태 곤충으로 유충은 4령까지 자라며 부화부터 우화까지 14일 정도 걸린다. 성충은 4월부터 9월까지 발생하며 7월에 가장 많은 개체수가 나타나는데 암수 모두 야간에 활동하며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해질 무렵 자전거 등을 타다가 입속으로 벌레가 들어가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보통 날파리가 들어갔다고 생각하지만 안개무늬날개깔따구일 가능성이 높다.

깔따구속의 종들은 유충 시기에 붉은색을 띠어 ‘블러드웜(bloodworm)’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체내에 헤모글로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다만 이들의 헤모글로빈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어 앞으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