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韓銀 올 물가상승률 3.1%로 상향 조정… 기준금리 1.25% 유지

유가 등 원자재값 급상승 여파
1월 생산자물가 0.9%나 올라

금리, 이자부담 우려 일단 동결
조만간 1.5%로 추가 인상 시사
연내 1.75∼2%까지 올릴 가능성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24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3%대 높인 것은 ‘물가쇼크’를 통화당국도 인정했다는 뜻으로, 고물가 시대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한은이 제1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 연내 기준금리를 1.75∼2.0%까지 올릴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제시했는데, 지난해 11월 전망 때보다 무려 1.1%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1월 전망 후 3개월간 물가상승 정도가 예상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면서 “초반 공급 요인에 의해 올랐던 물가가 근원물가로까지 상승 압력이 확대됐고 국제유가가 급등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하는 등 물가상승 요인이 강하게 나타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큰 폭 상향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물가 상승세는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4.24(2015년 100기준)로 전월(113.21) 대비 0.9% 상승했다. 지난해 11월까지 13개월 연속 올랐다가 12월 보합세로 주춤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는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해 장바구니 물가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

 

향후 국내 물가 전망의 최대 변수는 우크라이나 상황이다. 한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높은 군사적 긴장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해 이번 물가 예측에 반영했다. 전면전은 고려하지 않았는데 러시아의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젠 그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너무 가변적이고 불확실해 전면전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는 않았다”면서 “전면전이 된다면 곧바로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등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연중 고물가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도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급격한 인상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11월과 지난달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오르면서 기준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시장금리를 더욱 자극해 가계 및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을 키울 우려가 있다. 이는 한은의 ‘단계적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금통위는 선제적으로 조치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면서 대내외 상황을 좀 더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가 인상 시기가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이 총재도 이날 기준금리 추가 인상 관련 질문에 “1.50%로 한 차례 더 올리더라도 통화 긴축정책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에 금통위원들이 모두 동의한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또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2%에 이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 전망”이라고 평하며 “물가, 성장, 지정학적 리스크, 감염병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 적정수준으로 계속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