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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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왕자, 호동’ 60년 만에 귀환

3월 11∼12일 해오름극장서 공연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이 1962년 4월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던 ‘왕자, 호동’(사진)을 공연한다. 고구려 호동왕자와 사랑에 빠져 적들의 침입을 미리 알려주는 신물(神物)인 자명고를 찢어버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친숙한 선율과 아름다운 우리말 가사로 녹여낸 작품이다. 가곡 ‘비목’을 작곡한 장일남 작품이다. 당시 서른살이었던 젊은 작곡가는 이후 ‘춘향전’, ‘수양대군’을 연이어 발표하며 국내 정상 작곡가로 자리 잡는다. ‘왕자, 호동’ 역시 성악가들에게 익숙한 음악적 어법으로 작곡됨과 동시에 익숙한 한국적 스토리와 국악적 요소를 활용했다.

다만 초연 당시 평가는 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립극장 70년사에 따르면 호평도 있긴 했지만 “흩어진 긴장감, 무리 없는 미술”, “망각된 우리 정서” 등의 공연평이 전해진다.

이번 무대는 2000년 전의 이야기를 시대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인물에 집중한 관념적인 무대로 펼쳐진다. 창작 뮤지컬 여러 편을 만들어 성공시킨 한승원이 연출을 맡는다. 그는 왕자 호동과 관련된 정사와 설화를 오가며 이야기를 구성하고 옛이야기의 빈 곳을 현대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을 예정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무대 미술과 세련된 의상을 필두로 각각의 캐릭터들을 구현한다.

특히 낙랑공주에게 강렬한 캐릭터를 부여한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운명임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낸다. 또 기존 오페라와는 달리 막 사이의 해설자(이야기꾼)로 국악인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한승원은 연출노트에서 “단 한 사람 ‘낙랑공주’는 괴물이 되기를 포기하고 ‘호동왕자’의 사랑과 낙랑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은 운명에 의해 파멸될 것을 알았지만 그 길을 선택한다”며 “이야기꾼의 등장으로 관객들은 인물과 사건을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관찰자로 유지되며, 우리에게 익숙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욕망의 충돌을 우리가 사는 지금의 시대적 문제로 발견한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3월 11, 12일.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