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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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경제 이슈’로 민심에 구애… 尹, ‘與 때리기’로 지지층 결집

金 “기득권 깨기 주장 결실 맺어”
李 “정치세력 교체에 공감” 화답
李 재개발·재건축 등 허용 약속
“정치개혁안 당론으로 채택돼”
安에 통합정부 합류 거듭 손짓도

“집에 갈 사람들이 무슨 국민통합
與 양식 있는 정치인과 협치” 강조
“北 도발에도 벙어리 행세” 맹공
洪·劉·元과 무대 올라 ‘원팀’ 과시
친문 정당 “尹 지지”… 집회 참석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와 만나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둘의 만남이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맞서기 위한 ‘반윤(反尹) 빅텐트’ 구성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김동연 후보와 만나 배석자 없이 약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는 이 후보가 김 후보한테 만남을 요청해 성사됐다고 한다.

김 후보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시대정신으로 기득권 깨기를 주장했고, 그 첫 번째가 정치판을 바꾸고 정치세력을 교체하자는 것이었다”며 “그 주장이 그동안 결실을 맺어 우리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서 좋은 호응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서로 간에 신의와 성의를 갖고 대화한 끝에 정치교체와 통합정부 운영·구성에 대한 합의를 이루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도 “김 후보가 꿈꾸는, 기득권을 깨고 기회의 나라를 만드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화답하며 “실력 있으시고 경륜 많으셔서 이 나라를 위해 큰 역할을 함께 하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발언하는 내내 김 후보의 손을 꼭 잡아 눈길을 끌었다.

 

김동연과 손잡은 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1일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합의하고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후보는 이날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선거제도 개혁 및 국회의원 면책특권 등 폐지 △국가주택정책위원회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대통령직 인수위 산하 공통공약추진위원회 설치 등에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두 후보가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함께 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당 후보 단일화 이슈는 이날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후보의 사퇴와 관련, 새로운물결 송문희 대변인은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사실상 후보 단일화 수순에 접어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앞서 명동 유세에서 재개발·재건축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겠다며 서울 민심에 적극 구애했다. 국민통합정부 구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향한 러브콜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3·1정신으로 여는 대한민국 대전환!' 서울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한다”며 규제 일변도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이어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며 층수·용적률 규제 완화 및 재개발·재건축 대폭 허용을 약속했다. 청년 및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풀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기득권’ 포기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이 양당 독점체제에 의존하며 많이 부족했다”며 다당제 확립을 위한 정치개혁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됐음을 소개했다. 또 “이제는 ‘빠꾸’가 안 된다”며 “그냥 가야 한다. 우리 민주당을 믿어달라”고 했다. 김동연 후보에 이어 안철수 후보한테도 국민통합정부 합류를 거듭 요청한 셈이다.

이 후보는 앞서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주한 독일·프랑스 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경제 대화에서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신바람 불어넣는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 허용·후 규제 원칙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신산업을 발굴하고 혁신 기회를 확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독립유공자 묘역 찾은 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1일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독립유공자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尹 “26년간 부정부패 척결” 정권교체할 적임자 강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1일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표심 공략에 주력했다. 윤 후보는 서울 곳곳을 찾아 부동산, 코로나19, 안보 등의 이슈로 전방위적인 대여 공세를 펼치며 정권교체론에 호소했다.

 

윤 후보는 이날 3·1절을 맞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독립운동가 후손 20여명과 함께 순국선열의 묘역을 둘러보고 방명록에 “자주독립 국가의 길을 열어주신 선열의 뜻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자유와 정의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이어진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 유세에서 “이번 대선은 5년마다 찾아오는 그런 대선이 아닌, 우리 국민의 상식과 이재명 민주당의 부패 세력과의 대결”이라며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윤 후보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통합정부론’을 두고 “썩고 부패한 사람이 통합하자면 누가 거기에 호응하겠나”라며 “집에 갈 준비해야 할 사람들이 무슨 국민통합인가”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와 국민의힘은 정부를 맡게 되면,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멋지게 협치해서 국민통합을 이루고, 경제 발전을 시킬 것”이라며 자신이 국민통합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이어 “제가 정치를 잘 몰라도, 26년간 부정부패와 싸워온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너무 잘 안다”며 정권교체론을 부각했다. 그는 “이 사람들이 촛불혁명이라고 하면서, 박근혜정권을 바꿨다. 그러면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박근혜정권보다 500조원을 더 썼다. 그런데 변변한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또 “이 사람들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자기 집 갖고 형편 여유 있게 사는 꼴을 못 본다”며 수도권 민심의 ‘역린’인 부동산 문제를 겨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홍준표, 원희룡 경선후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서대문구 신촌에서 진행된 서울 집중유세에선 문재인정부가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 정부는 중국 눈치 본다고 전문가 의견을 외면했다”며 “이게 정부 맞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이재명의 민주당’이 이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을 텐데 이제 바꿔야 하지 않겠나”라고 직격했다. 윤 후보는 최근 북한의 동해 상 미사일 발사 직후 민주당과 이 후보의 반응에 대해서도 “도발이라는 말도 못 한 벙어리 행세를 했다”고 맹공했다. 이날 신촌 유세에서 윤 후보는 경선 경쟁상대였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함께 무대에 올라 ‘원팀’을 과시했다.

 

윤 후보는 이날 친문(친문재인) 성향 정당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의 ‘윤석열 지지 선언 집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통합정부론에 맞불을 놓고 외연 확장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차원에서도 이준석 대표가 광주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보수 험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후보는 대선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코로나19 이슈 주도권 확보에도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인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를 폐지해 ‘여행의 자유’를 되찾겠다”며 “PCR 음성이 나온 백신접종자에게 굳이 일주일의 격리를 명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배민영·장한서·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