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 등 다국적기업들도 잇따라 러시아에서의 사업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서의 모든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지난주 러시아 판매 채널로의 모든 수출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에선 애플의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사용이 제한되며,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는 러시아 관영 매체 러시아투데이(RT)와 스푸트니크뉴스가 삭제됐다. 아울러 애플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애플지도 상에서 현지 교통상황 및 실시간 사건을 알려주는 기능도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애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편에 설 것”이라면서 “우리는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지하고 난민 위기에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여러 다국적기업이 잇따라 러시아 사업 철수를 선언하는 가운데 나왔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부터 에너지 기업, 자동차 제조업체, 해운사, 항공기 제조사는 물론 할리우드 영화사들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카드·결제업계의 양대 산맥인 마스터카드와 비자는 이날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기관과 개인을 결제망에서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스웨덴 볼보, 독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러시아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도 이날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즉각 중단한다고 알렸고,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러시아 항공사들에 대한 지원 및 주요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던 셸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에퀴노르, 엑손모빌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 역시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부응해 식량·의료·인도적 물자를 제외한 화물의 러시아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할리우드 영화사 월트디즈니와 소니 픽처스 등은 러시아 극장에서 신작 영화 개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거대 IT 기업들 역시 러시아를 향한 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러시아 국영 언론 계정 및 이들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콘텐츠들을 전 세계적으로 강등시킨다고 밝혔다. 강등 조치란 해당 계정으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나 검색 결과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위터도 가짜뉴스 등에 대한 주의 차원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공유하는 트윗에는 경고 라벨을 붙이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 유튜브는 유럽에서 RT와 스푸트니크 채널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RT 등 러시아 국영 매체가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으로 돈을 벌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는 가짜뉴스 공세에 활용된 채널 5개를 곧바로 삭제하기도 했다.